'4할 도전 첫 고비' 김태균, 체력 저하와 몸쪽 견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31 11: 44

몸이 지쳤다. 그런데 몸쪽 깊은 곳으로 공이 파고든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이 4할 타율 도전에 첫 고비를 맞았다.
김태균은 지난 23일 광주 KIA전부터 30일 대전 삼성전까지 최근 6경기 18타수 4안타 타율 2할2푼2리로 주춤하고 있다. 42경기 143타수 61안타 타율 4할2푼7리. 여전히 2위 이승엽(삼성·0.362)에 넉넉한 차이로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태균이지만 개막전(0.400)을 마친 이후 가장 낮은 타율까지 떨어질 정도로 페이스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42경기에서 4할 타율을 치고 있는 그의 도전에 첫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 체력 저하가 찾아왔다

김태균은 지난 27일 목동 넥센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결장했다. 몸살 기운으로 열이 올랐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맞이한 삼성과의 대전 홈 3연전에서도 100% 컨디션이 아니다. 한대화 감독은 경기 직전까지 김태균의 몸 상태를 세세히 체크하며 그의 출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29~30일 경기에서는 모두 지명타자로 나오며 1루 수비에 나서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태균이가 지칠 만하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감독은 "태균이가 힘든 건 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매경기 2~3번씩 출루해서 주자로 나가는데 홈은 들어오지 못하고 계속 서있는다. 수비할 때도 서있고, 공격할 때에도 서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몸이 지치지 않고 버티겠나. (득점으로) 홈에 들어와서 조금이라도 더 쉬면 괜찮을텐데 들어오지를 못하니 더욱 지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태균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 61개와 볼넷 29개에 몸에 맞는 볼 하나까지 총 91번이나 출루했다. 홈런 5개를 빼면 86번이나 주자로 나갔는데 후속타 불발로 21번밖에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발은 느리지만 주자로서 기본 동작인 스킵 동작도 반복했다. 지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겨울 김태균은 신인 시절 이후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6월에 시즌을 접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체력 훈련에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체력적으로 이제 지칠 만한 시기가 된 것이다.
▲ 몸쪽 견제가 시작됐다
김태균의 체력이 떨어진 걸 간파한 상대팀들은 몸쪽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29~30일 경기에서도 삼성 배터리는 김태균을 상대로 수시로 몸쪽 승부를 벌였다. 몸쪽 높은 머리 쪽으로 향하는 아찔한 공도 있었다. 김태균은 29일 박정태에 이어 30일에는 장원삼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모두 몸쪽 코스에 당한 것이었다. 박정태는 몸쪽 직구, 장원삼은 몸쪽 슬라이더로 김태균을 삼진 처리했다. 29일 선발 고든은 김태균에게 집요한 몸쪽 승부를 벌였다. 몸쪽 승부로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30일 경기에서 4회 김태균을 상대로 초구 바깥쪽 공을 던진후 2~5구 모두 몸쪽으로 갖다붙여 삼진으로 잡은 장원삼은 "포수 (진)갑용이형 사인대로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했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오더라도 최대한 몸쪽 깊게 던졌다. 가운데 몰리면 맞을 수 있지만 몸쪽으로 깊게 던져야 승부가 가능하다"고 했다. 몸에 맞는 볼과 가운데 몰리는 실투를 감안해도 김태균에게는 바깥쪽보다 몸쪽에 승산이 있다. 올해 김태균이 삼진 당한 대부분 코스가 몸쪽으로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 많았다. 바깥쪽으로 승부하다 결정구를 몸쪽으로 삼아 김태균이 배트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대의 몸쪽 견제가 개시되자 한화 김용달 타격코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용달 코치는 "태균이는 4할 타자이기 때문에 컨택은 건드릴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몸쪽 대처에 대한 얘기를 했다. 태균이가 몸쪽을 못치는 게 아닌데 지금은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 공을 몸에 붙여 놓고 바깥으로 뻗는 방법으로 스팟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 떨어져있는 만큼 기술적인 스윙으로 몸쪽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 4할 유지는 가능한가
김태균은 최근 2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나오며 힘과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같은 1루 포지션의 장성호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수비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적다. 당분간 지명타자로 체력관리를 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다만 상대의 집요한 몸쪽 승부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4할 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김태균은 몸쪽 공을 잘 치는 타자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증명됐듯 두 팔을 몸에 바짝 붙여 공을 긁어내듯 한 간결한 인앤아웃 스윙으로 몸쪽에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하기로 유명하다. 김용달 코치는 "태균이에게 몸쪽을 잘 못 던지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몸쪽으로 제구를 좋게 하는 투수가 그리 많지 않고, 태균이도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경기 4회 김태균의 우측 2루타도 고든의 3구째 몸쪽 공이 가운데로 몰린 것을 받아친 것이었다. 타이밍이 조금 늦었지만 공을 맞힌 뒤 끝까지 끌고 나가는 팔로스로가 완벽했다. 완벽하게 제구되는 몸쪽 공이 아니면 김태균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상대 투수들도 잘 알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김태균은 안타 6개에 그쳤지만 그 대신 볼넷 6개를 골라냈다. 여전히 김태균은 부담스런 존재라는 걸 의미한다. 4할 타율 도전의 첫 고비를 맞았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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