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승리를 염두에 둔 경기가 아니었던 만큼 초점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위치한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한없이 높기만 한 세계 최강의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 경기였다. 그러나 출국 전 최강희 감독이 "스페인 평가전보다 다음 달 있을 카타르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듯 이번 경기는 어디까지나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한 모의고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스페인의 압박 축구에 당해 점유율부터 슈팅까지 밀리는 경기를 한 끝에 패했지만 적어도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알게 됐다는 점에서 평가전 자체의 의의는 충분히 있었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를 통해 비록 기성용과 이청용은 없었지만 당초 계획했던 대로 해외파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었고 수비 라인의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직력 강화와 패스워크 보완이라는 과제도 찾아냈다.
경기 후 "스페인과 수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고 담담히 말한 최 감독의 눈은 처음부터 스페인전 너머를 보고 있었다. 스페인과 평가전은 카타르전 승리를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다. 어려운 상대를 만나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최강희호는 '잃은 것이 곧 얻은 것'이라는 마음으로 카타르전을 준비해야 한다.
대표팀은 스페인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카타르전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종예선에서 만나야 할 진짜 적수인 카타르전을 앞두고 호된 예방주사를 맞은 대표팀이 과연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는 6월 9일 새벽 1시 15분 도하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카타르전을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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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스위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