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인간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인간 로봇'이 등장한다.
1982년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복제인간(리플리컨트)을 만들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30년만에 만든 SF물에서 인간 로봇은 어떻게 변했을까?
'프로메테우스'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 속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는 여전사 누미 라파스도, 악역 포스의 여신 메레디스 비커스(샤를리즈 테론)도 아니다. 바로 웨이랜드 회사 8세대 타입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밴더)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빗은 자라나는 머리의 뿌리 염색까지 할 정도로 외관상으로는 완벽히 인간과 일치한다. 하지만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공유할 수 없는 그에게서는 쇳덩이같은 차가움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인간과 너무 닮아 아픔을 안겨줬던 '블레이드 러너'의 인간 로봇과는 다르게 '프로메테우스' 속 인간 로봇은 인간과 너무 닮았지만 달라 위험하고 때로는 위협적이다.

데이빗은 프로메테우스호에서 사는 집사 같은 존재. 고대어까지 12개국어를 완벽한 발음으로 습득하고 있고, 고전 영화를 보며 깨알같이 대사를 외우는 그는 인간의 모든 것을 도와줄 수 있지만 감정은 느낄 수 없다. 어떻게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외계인과 인간으로 나뉘어져 있는 데이빗은 또 다른 존재로 제 3의 종이다.
데이빗은 순종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도발적이다. "누구나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자신을 창조한 조물주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리플리컨트와 닮았다. 또 다른 면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연상케 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인류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휴먼테크놀로지 할은 프로메테우스 속 데이빗이다. 인간의 탄생 근원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프로메테우스'속 데이빗은 이런 인간들에 의해 창조된 데이빗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왜 만들었내고? 만들 능력이 되니까.."
영화는 '에이리언'의 프리퀄로 시작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독자적인 노선을 찾았고, 프리퀄을 넘어 독립된 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우주의 비밀에 대한 인간의 이해에 의문을 던지며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90년대 '에이리언'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재현한 2012년 SF물이다. 박스오피스 모조는 올 북미에서 수입을 가장 많이 올릴 영화 톱 8위로 예견했다. 6월 6일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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