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최동수, 목걸이에 얽힌 6년 간의 악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01 11: 46

"감독님, 어서 약속 지키셔야죠. 거짓말쟁이 되시면 안 됩니다".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2) 감독은 야구계에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고려대 감독을 지냈기에 직접 지도했던 선수들이 경기 때마다 인사를 오고, 또 두산(OB 포함)에서 오래 몸담았기에 당시 선수들도 다들 찾아온다. 여기에 2006년 LG 수석코치에 이어 감독대행을 했을 때 함께 야구를 했던 선수들도 있다. 가끔은 신일고를 졸업한 선수들이 대선배를 찾아오니 양 감독은 경기 전 상대 팀 선수들에게 인사 받기에 바쁘다.
지난달 29일부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주중 3연전 때도 양 감독은 제자들의 방문을 받았다. 특히 큰 이병규와 최동수는 매일 훈련 때 양 감독을 찾아와 안부를 묻고 농담을 주고받다 돌아가곤 한다. 31일 경기를 앞둔 양 감독은 "오늘도 최동수가 와서 큰 소리치고 가겠구만"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사연은 이렇다. 양 감독이 선수들과 내기를 자주 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엔 목표를 달성한 손아섭과 고원준에 큰 선물을 안겼고 올 시즌엔 황재균과 멀티히트를 두고 자주 내기를 한다. 그런데 양 감독은 2006년 LG 감독대행 당시에도 선수들과 자주 내기를 했다고 한다. "그땐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많지 않았고 구단에서도 남은 시즌 팀을 잘 수습해 주기만을 바랐다. 그랬기에 선수들과 편한 분위기에서 야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던 양 감독은 "그때 몇몇 선수들과 내기를 했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게 지금 롯데에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양 감독에 따르면 2006년 LG 선수들은 양 감독과 내기를 해서 많이도 가져갔다고 한다. 지금은 SK로 이적한 권용관은 '끝내기 안타를 치면 지금 차고 계신 목걸이를 달라'는 말을 했고, 양 감독은 '설마 치겠어'라는 생각으로 수락했는데 곧바로 끝내기를 치고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목걸이를 받아갔다고 한다.
또한 9승을 거두며 10승을 눈 앞에 뒀던 심수창은 양 감독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에 평소 눈독을 들이다 등판 당일 '10승 거두면 시계 선물로 주실 수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결국 10승을 달성해 양 감독은 차고 있던 시계를 눈물을 머금고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동수는 몇 차례나 내기를 걸었는데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최동수는 SK로 이적했고 지난해 두 팀은 막판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였다. 이때 양 감독은 농담 삼아 최동수에게 "오늘 너희가 지면 내가 목걸이 줄게"라는 말을 했고, 공교롭게도 그 날 롯데가 승리를 거뒀다. 그 날 이후로 최동수는 양 감독을 볼 때마다 "감독님 목걸이 주세요"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양 감독은 "우리 팀도 아니고 농담삼아 한 말인데 줄 수는 없지 않느냐. 우리 팀 선수였음 당장 줬다"면서 "동수도 그 일을 계기로 삼아 그냥 인사하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동수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잠시 후 롯데 더그아웃에 나타난 최동수는 "감독님, 어서 목걸이 보내주세요. 거짓말쟁이 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고, 양 감독은 그저 "널 목걸이를 어떻게 주냐. 미안하다"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최동수는 지지 않고 "잠실구장 주소는 아시죠? LG 구단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라고 반격하더니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감독님, 택배 보내실 땐 우체국 택배로 보내 주세요. 우체국 택배가 안전합니다". 벌써부터 받을 수하물의 안전부터 챙기는 최동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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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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