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키스톤 콤비’의 중고 신인왕 도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01 06: 19

“2년 간 같이 키스톤 콤비로 뛰었네요. (서)건창이 형이 지금 팀의 주전으로 나서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요”.
이제는 다른 팀 소속. 그러나 고교 시절 1년 터울 선후배로서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췄고 지금은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노리는 입장이라 재미있다. 광주일고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2루수 서건창(23)과 두산 베어스 4년차 내야수 허경민(22)이 5년 연속 중고 신인왕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올 시즌 입단한 순수 신인인 우완 박지훈(23, KIA)이 18경기 2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1.93(5월 31일 현재)으로 맹활약 중인 가운데 각각 5년차, 4년차인 서건창과 허경민도 향후 출장 기회에 따라서 신인왕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의 시즌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던 서건창은 올 시즌 40경기 2할6푼6리(124타수 33안타) 12타점 5도루를 기록하며 상위권 수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건창에 비해 출장 기회가 적은 편이었으나 허경민도 39경기 3할8리(78타수 24안타) 7타점 3도루를 올리며 데뷔 첫 1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건창과 허경민이 고교 시절 각각 2루수와 유격수로 호흡을 맞춘 전도유망한 키스톤 콤비였다는 사실이다.
2008년 졸업생인 서건창은 3학년 시절 초반만 하더라도 연고구단인 KIA가 김선빈(당시 화순고)과 함께 1차 지명 후보로도 꼽았던 유망주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저평가되며 신인 드래프트마저 외면당한 뒤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식 등록까지는 성공했으나 또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방출된 뒤 현역으로 군복무한 서건창은 넥센에 테스트로 입단한 뒤 주전 2루수로까지 성장하며 입지전적인 프로 생활을 보내고 있다.
1년 후배 허경민은 고교 1학년 시절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이학주(탬파베이),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오지환(LG) 등과 함께 대형 유격수감으로 꼽혔던 바 있다. 2008년 캐나다 세계 청소년 선수권서는 경쟁자들보다 더 안정적인 수비력을 인정받아 주전 유격수로 뛰며 한국의 2회 연속 우승에도 기여했다. 2009년 2차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허경민은 경찰청 2년 포함 3년 간 2군에서 착실히 기량을 쌓은 뒤 비로소 출장 기회를 얻는 중이다.
뒤늦게 빛을 보는 선수들인 만큼 현재 1군에서 뛰는 데 대한 간절함과 감사함을 알고 있는 유망주들이기도 하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자신을 뒷바라지한 홀어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야구를 놓지 않은 서건창이나 고교 시절 라이벌들의 1군 활약상을 부러워하며 한편으로 투지를 불태웠던 허경민은 모두 성실함과 근성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유망주들이다. 김시진 넥센 감독과 김진욱 두산 감독이 이들에게 출장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데는 그들이 가진 잠재력 외에도 기본적으로 성실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서건창과 허경민은 순수한 신인이 아니라는 점만 보면 일단 박지훈보다는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신 이들은 경기에 자주 출장할 수 있는 야수라는 점에서 자신의 기량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박지훈에 비해 좀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2007년 대통령배서 에이스 정찬헌(LG, 공익근무 중)과 함께 광주일고 우승을 이끌었던 1년 터울 키스톤 콤비가 시즌 후 시상식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겨루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서건창-허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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