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유명투수와 무명투수의 대결 후유증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6.01 14: 10

KIA의 윤석민과 두산의 이용찬 선발 대결이라면 대부분 타이거즈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5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대결은 1회초 시작하자마자 이용찬이 네 타자를 볼넷→안타→볼넷→안타를 내주고 2회초에도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잇따라 허용해 두산의 열세가 짐작됐습니다.
그러나 경기는 야릇하게(?) 전개됐습니다. 1회초에는 1번부터 4번타자가 모두 살아나갔으나 발빠른 이용규와 김선빈이 2루도루를 시도하다가 포수 양의지에 재빠르고 정확한 송구에 의해 둘 다 태그아웃 됐습니다. 2회초에는 후속타자 송산이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때려 6명의 타자가 살아나갔어도 한 점도 뽑지를 못했습니다. KIA는 3회초에 안타에 이어 이번에는 보내기번트, 볼넷으로 만든 2사 1, 3루 기회에서 이용찬의 폭투로 선제점을 얻었습니다.
2009년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이용찬이 3회까지 무려 사사구 5개와 폭투로 서너점을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을 도루저지율 3할5푼1리의 양의지의 기막힌 송구 등으로 1실점에 그친 두산은 3, 4회말 타선이 힘을 냈습니다.

양의지가 2루타 두 방, 김현수가 3루타, 김동주가 역전 결승타를 때려 단숨에 석 점을 뽑았습니다.
지난 5월 11일 양팀의 광주전에서도 두 투수가 똑같이 선발 등판해 겨뤘을 때 8회초까지 노히트노런을 하다가 결국 완봉승으로 끝낸 윤석민은 이날은 패스트볼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피칭을 하다가 5회말에도 오재원에게 3루타, 김현수에게 적시타 등을 잇따라 맞고 한 점을 더 내주고 5회까지 8피안타, 4실점했습니다. 그때 팀은 패했으나 8회까지 1실점 역투를 한 이용찬은 이날은 6회까지 5피안타, 6사사구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올 시즌 4승째를 거두었습니다.
6연승 행진 중에 제동이 걸린 KIA는 이날 패배의 후유증 때문인지 다음 날 양팀간의 경기에서도 9회초 1-4로 추격하고 2사 1, 3루 상황에서 3년전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나지완이 당시의 타구를 방불케 하는 통렬한 홈런성 타구를 때렸으나 좌중간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불운으로 1점 추가에 그치고 2연패를 당했습니다.
지난 해 17승 등 투수 4관왕 윤석민이 이상하게 경기가 꼬여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작년 최다승 2위(16승)인 두산의 베테랑 김선우는 5월 27일 롯데전에서 무명의 진명호를 만나 경기 초반에 홍성흔에게 스리런 등 집중 안타를 내주는 바람에 팀은 1-7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두산은 그 전 날 롯데전에서도 지난 해 15승을 올리고 올해도 5승을 기록한 에이스 니퍼트가 1승의 사도스키와 대결했다가 초반에 박종윤에게 결승 2타점 2루타와 홍성흔에게 솔로포 등 집중타를 맞고 6실점,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유명투수와 그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약한 투수, 이름없는 투수간의 대결에서 승부가 예상과 달리 전개된 사례가 올해 유난히 많습니다.
이름난 투수들도 패전투수가 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약한 투수와 대결에서 지면 후유증이 오래 가고 거꾸로 이긴 팀은 팀 분위기가 살아나 긍정적인 효과가 오래 지속됩니다.
두산은 니퍼트가 올 개막전인 4월 7일 잠실 넥센전에 작년 7승에 그친 브랜든 나이트와 붙었다가 5와 1/3이닝 5실점하고 나이트는 6과 2/3이닝 2실점 역투로 승리를 넘겨줘 시즌 첫 경기를 놓친 좋지 않은 영향이 팀에 끼쳐 선두권에서 계속 있지 못하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넥센은 4월 15일 삼성전에서 심수창과 차우찬이 맞대결했는데 5이닝 3실점-3이닝 5실점의 예상을 빗나간 투구 성적으로 10-7, 승리를 거두고 삼성에게도 타격을 주고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한편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최하위로 지목된 LG는 삼성과 대구구장 개막 2차전에서 내보낸 무명의 이승우가 아시아시리즈의 스타 장원삼을 상대로 5회말 투아웃까지 무실점의 깜짝 호투를 하는 바람에 3-2로 승리, 2연승을 거두며 기분좋은 출발을 하고 아직까지 팀 승률 5할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LG는 4월 19일 청주경기에서도 이승우가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5와 2/3이닝 무실점의 쾌투로 2-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신인 최성훈도 5월 2일 류현진과 대결에서 6이닝 2실점, 류현진은 5이닝 5실점을 기록해 데뷔 첫 승을 따내 한화를 울렸습니다. 지금까지 LG는 최성훈과 이승우가 선발 등판한 6경기 중 4경기에서 승리해 중위권에 오른 것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나 유명 투수가 무명 투수가 대결한다면 도리어 부담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또 그 경기가 예상을 벗어나 결과가 달라지면 승리 팀에선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반면 진 팀에선 후유증이 오래가는 듯 싶습니다.
유명 투수 쪽에선 이겨봐야 본전이라는 생각보다는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속담처럼 온 힘을 기울어야 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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