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막강 불펜듀오 유원상과 봉중근이 커브로 상대 타선을 요리하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로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유원상과 봉중근은 커브를 통한 완급조절에 부단히 신경 쓰는 중이다.
직구-슬라이더의 조화로 타자들을 압도하던 유원상은 커브의 비중을 높여가면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봉중근은 올 시즌 불펜에서 뛸 것을 예상하고 전지훈련부터 미리 볼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커브를 연마한 바 있다.

커브는 가장 느리고 꺾이는 각도가 큰 변화구다. 특별히 구사하는데 어려움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홈플레이트를 향해 크게 휘어 들어가는 만큼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또한 상대타자가 커브를 예측하고 타석에 들어선다면, 구속이 느린 만큼 큰 타구를 허용할 확률도 높다.
상당 수준의 직구를 구사하고 각각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변화구까지 보유한 유원상과 봉중근이 커브를 던지는 이유는 커브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완전히 색다른 궤적의 공을 타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순간적으로 허를 찌르는 효과는 물론, 타석에서 타자들의 선택사항을 하나 더 늘려 혼란은 가중시킬 수 있다.
실제로 유원상은 지난 5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홍성흔을 상대로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커브를 구사, 실점 위기를 벗어난 바 있다. 당시 유원상은 경기 후 “이게 앞으로 내가 보여줄 투구이자 지향하는 방향이다”며 투구패턴의 변화를 예고했고 31일 김주찬을 커브로 2루 땅볼 처리했다. 최고 구속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와 140km대의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몰아세우는 투구 패턴에 커브를 추가, 힘에 노련미를 더한 것이다.
봉중근 역시 지난 롯데전에서 커브로 재미를 봤다. 롯데의 한 타자는 “봉중근의 투구 패턴이 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내게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만 계속 던져서 변화구만 대비하고 있었는데 완벽한 코스의 직구로 나를 삼진으로 잡아버렸다”며 커브를 추가한 마무리 봉중근을 향해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올 시즌 봉중근은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커브로 상대 타자를 혼란에 빠뜨리면서 세이브 성공률 100%를 마크 중이다. 31일 경기에서 롯데 타자들은 봉중근의 투구패턴에 감을 잡지 못하고 한 가운데 실투성 직구도 놓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결국 봉중근은 황성용을 커브로 1루 땅볼로 돌려세웠고 박준서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해 시즌 9세이브를 달성했다.
올 시즌 유원상과 봉중근이 중심이 된 LG 불펜진은 좀처럼 상대에게 역전 드라마를 허용치 않는다. 각각 9홀드와 9세이브로 홀드와 세이브 부문 3위와 2위에 랭크된 봉중근과 유원상이 커브를 추가하면서 LG 불펜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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