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의 깨달음, "마음 비우니 홈런도 쉽게 나온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01 09: 10

"경산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스트레스를 비웠다".
삼성 4번타자 최형우(29)에게 2012년은 힘겨움이었다. 지난해 홈런왕으로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은 시즌이었지만 개막 후 34경기에서 홈런없이 타율 2할6리에 그쳤다. 결국 지난달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으로 내려 갔다. 2008년 재입단 후 부상으로 빠진 적은 있어도 타격 부진을 이유로 내려간 건 처음이었다. 최형우의 부진 속에 강력한 우승후보 삼성도 휘청였다.
1군에서 말소된 뒤 바로 2군에 내려갔지만 처음 3일간 배트도 잡지 않았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스스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형우는 "내가 왜 그랬지하는 생각과 함께 너무 오버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전에는 없던 생각들을 싹 비우고 왔다. 농담이지만 (2군 훈련장) 경산은 밥도 맛있고 공기도 좋다. 스트레스를 비우고 왔다"며 웃어보였다.

최형우는 다시 배트를 잡자마자 잡념을 떨쳐버렸다. 그는 "잡생각을 없애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홈런에 대한 생각도 아예 하지 않는다. 홈런을 생각하다 또 2군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1군 복귀날이었던 지난달 31일 대전 삼성전에서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류현진을 선발로 만났지만 상대가 류현진이든 2군투수든 최형우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그는 이날 홈런에 결승타까지 3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1사구로 맹활약했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타순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으면 누구든 칠 수 있고, 안 좋으면 누구도 못친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 아니다"는 말로 결연함을 보였다. 그토록 나오지 않던 홈런을 최고 투수에게 쳤다. 복귀 첫 타석부터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0m 솔로 홈런으로 마수걸이 아치를 장식했다. 개막 35경기-146타석만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최형우는 "홈런이 나오려니 이렇게 쉽게 나온다. 그 강속구를 쳐서 홈런이 나올 줄이야"라며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이날 류현진의 5구째 148km 직구를 받아친 게 맞는 순간 큰 타구임을 직감케 했다. 지난해 자주 볼 수 있었던 최형우다운 홈런이었다. 마음을 비우니 그렇게 터지지 않던 홈런도 생각보다 빨리 터져나왔다. '비움'의 효과가 이렇게 크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최형우는 "2군에 정말 잘 다녀왔다. 2군에서 느낀 걸 일찍 깨우쳤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믿고 기다려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 이런 활약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만큼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형우에 대해 절대 믿음을 보인 류중일 감독도 "속이 다 후련하다. 그동안 형우도 마음고생했을텐데 결국 형우가 해줘야 우리팀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5월의 마지막 날에야 시즌 첫 홈런을 가동한 최형우. 그에게는 6월이 본격적인 시즌 개막이다. 마음을 비우고 돌아온 홈런왕 최형우의 깨달음은 리그 전체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다.
waw@osen.co.kr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