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의 ‘공정경쟁’ 통한 전력 극대화 성공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6.01 12: 40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진다. 결국 자기 기량을 증명하는 자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LG 김기태호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LG는 어느덧 개막 3달째를 맞이한 가운데 5할 승률을 사수, 꾸준히 중상위권에 자리 중이다.
시즌 전 LG의 전망은 어느 팀보다 어두웠다. 지난 시즌 59승 72패 2무로 6위. 올 시즌에는 중심선수 5명이 이탈했기 때문에 암흑기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LG는 약점을 하나둘씩 극복하며 선전하고 있다. LG와 맞붙은 팀들이 하나 같이 “LG가 변했다. 예전과는 달리 굉장히 끈끈해졌다”고 입을 모을 만큼 저력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그 저력의 중심에는 신임 김 감독의 ‘공정경쟁’을 통한 전력 극대화가 자리한다.

공정경쟁의 최대효과는 선발진에서 나타난다. 현재 LG는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3.91로 이 부문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개막 당시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 외에는 10승 투수가 전무했던 상황을 돌아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이승우·임정우·최성훈 같은 신예들과 정재복·김광삼의 베테랑 투수들이 경쟁을 통해 신구조화를 이룬 결과다.
시범경기 당시만 해도 두 번째 선발투수는 2년차 임찬규였다. 지난 시즌 신인 투수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만큼 리빌딩 중인 팀 상황과 맞물려 선발투수로서 적지 않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임찬규는 평균자책점 6.46으로 부진했고 현재 2군 마운드를 밟고 있다.
임찬규 만큼이나 10년차 베테랑 정재복도 위기와 마주하고 있었다. 2010년 팔꿈치 수술로 작년 내내 재활에 매진, 1년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정재복은 전성기 당시의 구위를 되찾지 못했다. 그러나 반전은 마지막 기회로 보였던 5월 17일 문학 SK전에서 일어났다. 정교한 제구력과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볼배합으로 6⅔이닝 노히트 노런을 달성, 프로 통산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경기 후 정재복은 “기회 주신 감독·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나이와 예전 실력은 의미 없는 프로 세계기 때문에 마지막 선발등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고 최근 등판이었던 5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되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 중이다.  
반면 정재복과 함께 베테랑 선발투수의 또 다른 축을 이루던 김광삼은 2군에 있다. 5월 11일 눈병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이미 눈병은 완치됐지만 김광삼이 2군으로 내려간 사이 2년차 임정우가 호투하며 선발진에 합류했다. 시즌 전 최악의 선발진이라 평가받았던 LG가 투수진 과포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선발투수진 외에 다른 자리에서도 김 감독의 공정경쟁 효과는 빛나고 있다. 올 시즌 마무리 1순위로 꼽혔던 우규민과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2.27로 불펜에서 가장 든든한 모습을 보였던 한희도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자 2군행을 지시받았고 불펜 필승조 자리에선 유원상이 맹활약 중이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무명 내야수 김용의는 안정된 수비와 더불어 득점권 타율 3할1푼3리로 활약, 최근 3경기 연속으로 선발출장하고 있고 김용의의 1루 수비로 흔들렸던 내야진 전체도 안정세에 있다.
선수기용에 대한 김 감독의 원칙은 명확하다. 김 감독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팀이 돌아가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선수들이 잘 안다. 때문에 절대로 특정 선수 한 명만 편애할 수 없다. 프로라면 항상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감독은 최대한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일단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진다. 결국 자기 기량을 증명하는 자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물론 이제 겨우 전체일정의 3분의 1을 소화했다. 때문에 지금 상황을 바탕으로 LG의 올 시즌을 확신하는 것은 섣부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마무리 투수가 볼넷과 함께 자멸했었고 탄탄했던 수비는 5월부터 실책을 남발했다. 4월의 MVP였던 4번 타자도 5월에는 부상으로 시작된 슬럼프로 고전했다. 그래도 LG는 꿋꿋하게 5할 승률을 사수 중이다.
얼마 전 김 감독은 “김용의의 역할은 멀티 내야수였지만 지금의 활약이 지속되면 1루, 혹은 3루는 김용의가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즌 끝까지 김 감독의 공정경쟁 효과가 이어진다면, 올 시즌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LG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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