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판정 속 패배' 양승호 감독, 항의 안 한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01 12: 50

"심판진하고도 악연이 있나봐. 어필하러 나갈 때마다 이 심판진이네".
지난 31일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전날(30일) 경기에서 어필을 하러 나갔던 상황을 복기하며 입맛을 다셨다. 롯데는 0-2로 뒤지던 2회 1사 3루서 황재균의 땅볼 때 3루 주자 홍성흔이 홈을 파고들다 황급히 귀루했으나 아웃 처리됐다. 당시 오석환 3루심은 홍성흔이 귀루 도중 정성훈의 태그를 피해 스리피트 라인을 벗어났다고 판단, 아웃을 선언했다. 이에 홍성흔과 조원우 주루코치는 오석환 3루심에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양 감독까지 나서 어필을 했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 감독은 "보통 스트라이크나 볼, 아웃 판정등에 대해서는 항의를 안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 팀 선수와 코치가 심판과 맞서 있는데 어떻게 감독이 돼서 보고만 있나. 그래서 둘 대신 내가 나가서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감독은 "3루심에게 가서 했던 얘기가 '어필좀 하러 왔다'였다. 그랬더니 3루심도 '괜찮으니 어필 하시라'고 웃으면서 답하더라"고 덧붙였다.

양 감독이 아쉬워 한 점은 롯데와 유독 궁합이 맞지 않는 심판조가 있다는 사실이다. LG와의 주중 3연전은 오석환-김성철-이민호-권영철 심판위원이 한 조로 나섰다. 마침 양 감독은 오석환 심판 조가 경기를 맡을 때 판정에 항의하러 더그아웃을 나온 일이 잦았다.
지난달 13일 대전 한화전 때 양 감독은 두 번 어필을 했다. 1회 손아섭이 10구째 만에 체크스윙 삼진을 당하자 스윙 판정을 내린 권영철 3루심에 거세게 항의를 했던 양 감독은 1회말 장성호의 홈런 장면 때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기 위해 다시 벤치에서 일어났었다. 여기에 7-0으로 앞서다 대역전패를 당했던 11일 경기에서도 최진행이 강민호의 태그를 피해 홈을 밟는 장면에서 롯데에 아쉬운 판정이 내려졌었다.
"심판진하고도 악연이 있다. 이상하게 그 조(오석환 심판 조)랑 경기를 하면 어필을 하러 나가야 할 상황이 생긴다"라고 말한 양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 그리고 아웃 판정은 심판 고유 권한이기에 가급적 항의를 자제하려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나도 모르게 발끈해서 그라운드로 나가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31일 경기에서 롯데는 다시 아쉬운 판정 속 눈물을 삼켰다. 1-1로 맞선 9회 1사 만루서 서동욱의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2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던 병살 플레이는 포수 강민호의 송구가 조금 벗어나며 완성되지 못했다. 1루수 박종윤은 송구가 오른 쪽으로 빠지자 다리를 넓게 벌려가며 잡았고, 타이밍 상 타자주자보다 공이 먼저 들어왔지만 오석환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1루수 박종윤의 발이 떨어졌다는 판정.
이에 박종윤과 박준서는 오석환 1루심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양 감독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그라운드로 걸어나갔다.하지만 양 감독은 어필 대신 마운드에 올라 김성배를 진정시키고 돌아갈 뿐이었다. 이미 수 차례 판정으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었던 심판 조였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덧붙여 앞으로도 계속 마주 칠텐데 잦은 항의로 악연을 만들 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아웃 세이프 판정은 어필을 한다고 번복이 쉽지는 않고, 심판 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양 감독의 평소 생각도 들어 있었다.
결국 롯데는 바로 다음타자인 대타 윤요섭에 2타점 결승타를 얻어맞고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판정 하나가 승부를 가른 셈이다. 올 시즌 수 차례 결정적인 판정시비를 불러일으킨 롯데와 오석환 심판 조의 얄궂은 인연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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