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사정이 이러니…."
이만수 SK 감독이 좌완 불펜 듀오 박희수(29)와 정우람(27)에게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3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임시 마무리로 돌아선 박희수에 대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박희수 같은 선수가 새롭게 나와 센세이션을 일으켜줘야 프로야구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역설, 올스타 팬투표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박희수에게는 마무리 임무가 주어졌다. 올 시즌 뒷문을 책임져 왔던 정우람이 지난 29일 경기 중 손톱(왼손 검지)이 깨지는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쉽지 않다. 구단에서는 일주일 정도는 던지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홀드(3승, 평균자책점 0.93)의 성적으로 불펜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박희수다. 당분간은 홀드 사냥이 쉽지 않을 전망. 이에 이 감독은 "팀 마운드 사정이 이러니 할 수 없다. 나도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 홀드왕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시즌 전부터 목표를 숨기지 않았던 박희수였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목동 넥센 이후 마무리로 돌아서면서 홀드행진도 일시 중지됐다.
그렇지만 박희수는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고 우람이가 없는 동안만 (마무리를) 하는 거라 다음에 또 쌓으면 된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감독은 "박희수보다 정우람이 더 아깝다"며 "본인은 홀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팀 사정 때문에 마무리를 하게 된 거 아닌가"라고 안타까워 했다. 정우람은 올 시즌 20경기에 나와 10세이브(1승 2패, 평균자책점 2.95)를 거뒀다. 임시 마무리로 시작했지만 사실상 붙박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대 최연소 100홀드를 올리는 등 이 부문 신기록을 써가고 있었다.
이 감독은 시즌 전 SK의 마무리 투수는 엄정욱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희수와 정우람을 불펜으로 쓰면서 뒷문을 강화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부상에 발목이 잡히면서 시즌 전 불펜 운용 구상이 모두 헝클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두 좌완 불펜 듀오가 있어 선두자리를 지켜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고맙고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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