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만든 에이스 니퍼트의 시즌 6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02 10: 10

집중타로 고개를 숙였던 이전 두 경기는 없었다.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보다 그는 현재에 집중해 한 점 차 신승 승리투수가 되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가 지난 두 경기서의 난조를 딛고 시즌 6승으로 다시 다승 공동 선두 자리에 올랐다.
니퍼트는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5개) 1실점으로 시즌 6승(3패, 2일 현재)째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니퍼트는 시즌 평균자책점을 3.12로 낮추는 동시에 벤자민 주키치(LG)와 함께 다시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최고 151km의 직구를 구사하기는 했으나 이날 니퍼트의 투구 내용은 컨디션이 좋을 때에 비해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107개 중 볼이 47개에 달할 정도로 평소에 비해 제구가 불안정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니퍼트는 결정적인 순간 과감하게 직구를 거침없이 던지며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에 맞섰다.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수비수를 끝까지 기다렸다가 반겨주는 훈남의 자세도 잊지 않았다.

이전 두 경기서 니퍼트는 집중타를 맞고 실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20일 LG전서 8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이닝을 많이 소화했다는 정도로 의의를 두었던 니퍼트는 26일 롯데전서 6이닝 9피안타 6실점(6자책)으로 한국땅을 밟은 이래 한 경기 최다 자책점 불명예를 남겼다. 잘 던지다가 한순간 갑작스러운 집중타를 허용한 것이 문제였다.
1차 전지훈련서 등 부위 석회질을 제거하는 바람에 잠시 훈련을 쉬었던 니퍼트의 등 부위는 현재 완전한 편은 아니다. 등 근육은 투수들의 공 빠르기 원천이 되는 중요 부위다. 그만큼 니퍼트는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분전 중이다. 등판 전 니퍼트는 등 부위 근육 강화 및 재활에 힘쓰는 노력을 보여주며 다가오는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 후 니퍼트는 “사실 그리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무너졌던 예전 두 경기들은 생각지 않았고 내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안 했다”라며 “다만 이닝을 길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3연전 첫 경기고 상대 투수 윤성환도 잘 던져서 여러모로 어려운 경기였는데 투타 팀원들 모두 열심히 싸워서 이긴 경기라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투구를 자평하며 으쓱하기보다 상대 선발 윤성환을 높이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평소의 그 다운 이야기였다.
시즌 전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에 대해 “올해는 18승 정도 거둘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비춘 바 있다. 김 감독의 이야기를 전하자 니퍼트는 “감독님께서 너무 높이 평가하시는 것은 아닌가”라며 웃은 뒤 “지난 시즌처럼 이닝도 많이 소화하고 팀이 필요한 순간 승리에 공헌하는 것이 우선이다. 18승은 아니라도 지난 시즌(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 정도의 성적은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는 말로 자신감과 함께 팀을 먼저 생각했다. 니퍼트는 야구장 밖에서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마운드 위에서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다.
“나는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고 한국에서 팀의 기대치 속에서 뛰는 선수다. 적당한 겉치레 성적이 아니라 정말 팀이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다행히 우리 팀원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이 좋은 환경에서 최대한 내가 해야 할 임무에 충실하겠다”. 에이스로서 2년 연속 뛰고 있는 니퍼트의 마음 속에는 개인주의가 아닌 팀을 먼저 앞세운 강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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