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 해도 그는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충암고 시절 결승전에서 거침없는 구위 말고도 그 나이 또래 남학생들처럼 욕설하는 모습이 매스컴을 타기도 했고 선발로 9승을 올렸던 3년 전에도 그는 거칠 것이 없던 신예였다. 전지훈련서 다소 페이스 상승이 늦을 때도 “저는 슬로 스타터라서요”라며 웃던 청년. 5년차 우완 홍상삼(22, 두산 베어스)이 이제는 팀의 믿음직한 필승 카드로 우뚝 섰다.
홍상삼은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서 2-1로 박빙 리드를 지키던 7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탈삼진 4개(사사구 1개)로 삼성 타선을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특히 8회말 상대 클린업트리오 최형우-이승엽-박석민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 것은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기 충분했다. 올 시즌 홍상삼은 12경기 6홀드 평균자책점 1.47(1일 현재)을 기록하며 ‘믿을맨’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부 스탯은 더욱 뛰어나다. 홍상삼의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0.87이며 피안타율도 1할3푼1리에 불과하다. 시즌 전 선발 후보로 훈련했던 홍상삼은 시즌 개막 후 계투로 출장하고 있으나 워낙 투구 내용이 좋아 어느새 노경은(28)과 셋업맨 보직을 교대로 소화하는 투수가 되었다. 1일 삼성전서 믿음직한 가교가 된 홍상삼 덕택에 선발 더스틴 니퍼트(31)는 6이닝 1실점 승리를 따냈고 마무리 스캇 프록터(35)도 시즌 15세이브 째를 올렸다.

김진욱 감독도 경기 후 “(홍)상삼이가 점차 필승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안심되는 카드다. 볼 끝이나 제구력이나 모두 다 좋아져서 한숨을 놓았다”라는 말로 홍상삼의 활약을 칭찬했다. 예전에는 “아무래도 경기 집중도는 계투보다 선발로 나설 때가 나은 것 같아요”라던 홍상삼은 “저 몸이 빨리 풀리는 스타일이라 계투로도 제격입니다”라며 새 보직에서 자기 역할을 100% 이상 제대로 해내고 있다.
경기를 마친 뒤 홍상삼은 “내가 주자를 내보내도 뒤에 나올 프록터가 막아줄 것이라고 믿고 부담없이 자신감 있게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들어 홍상삼은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성숙해졌다’라는 평을 받으며 스스로 믿음직한 투수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마운드를 내려온 홍상삼은 아직 밝은 청년이다. “미쓰에이 수지가 요새 너무 좋다. 시구 언제 오나”라며 웃는 홍상삼. 자신이 선발로 나섰던 2010년 10월 11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시구자로 나섰던 것은 까맣게 잊고 “수지 너무 좋다”라며 웃는 우리나이 스물셋의 남자였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르면 그는 상대 기를 꺾는 필승 계투로 바뀐다. 묵직한 볼 끝과 낙차 큰 스플리터, 다양한 변화구까지 장착한 데다 마인드까지 부쩍 성숙해진 홍상삼은 이제 두산이 자랑하는 필승 카드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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