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선수인가 싶을 정도의 활약이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4)은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출전, 3타수 1안타 1홈런으로 팀의 7-3 승리에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4-3으로 쫓긴 4회말 터진 올 시즌 첫 홈런은 넥센 선발 김병현을 넉다운 시킨 결정타였다. 손아섭은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김병현의 115km/h 체인지업 초구를 공략,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0m 대형 홈런포를 날렸다. 정규시즌 174타석만에 나온 귀중한 홈런포였다.
올 시즌 손아섭은 언더투수를 상대로 8타수 1안타의 저조한 성적만을 거두고 있었지만 김병현을 상대로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한 것. 이 홈런은 김병현에겐 정규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때문에 손아섭은 경기 후 "TV에서만 보던 김병현 선배님을 상대로 홈런을 쳐서 영광이다. 선배님이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나도 기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 "첫 홈런, 좋은 밸런스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지난해 15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손아섭은 올 시즌 20-20 클럽 가입을 노려 보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까지 3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터지지 않는 장타가 걱정거리였다. 지난해 손아섭은 장타율 5할7리를 기록하며 중장거리 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지만 1일 현재 장타율 3할8푼5리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마수걸이 홈런포가 좀처럼 터지지 않아 손아섭은 내심 걱정이 많았다. 박정태 타격코치 역시 "아직 아섭이 스윙은 장타를 위한 밸런스가 아니다. 타격 감각은 많이 올라왔지만 몸이 너무 빨리 열리고 있어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을 내리고는 "그렇지만 손아섭이 누구냐. 쉬란다고 쉴 선수도 아니고, 근성 하나만큼은 최고인 선수다. 곧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전폭적인 믿음을 보냈다.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홈런이니 자연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에 남아있는 손아섭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솔직히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치고 나서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도 전혀 못 했다"면서 "요즘 내 타격 밸런스가 홈런을 치지 못할 밸런스인 사실을 알고 있다. 타구에 힘이 안 실려서 고민이 많다. 그런 가운데 홈런이 나온 것이라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역시 야구에 대한 끊없는 욕심을 가진 손아섭 다웠다. 타구에 힘을 못 싣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손아섭의 시즌 1호 홈런은 비거리 130m를 기록했다. 이는 프로데뷔 후 그가 기록했던 33개의 홈런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간 타구였다. 또한 손아섭은 박정태 타격코치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코치님께서 요즘 몸이 빨리 열린다고 그 부분을 강조하셨다. 박정태 코치님은 내가 흐트러지려 할 때 항상 기본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신다."
▲ "돌이켜 보면 난 행복한 선수다"
요즘 롯데에선 손아섭의 방망이가 가장 뜨겁다. 부상으로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4월엔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2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했던 그 답게 4월 월간타율 2할6푼5리를 찍었던 손아섭은 5월 들어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며 3할3푼을 쳤다. 1일 현재 타격 성적은 타율 3할1푼1리 1홈런 13타점 21득점으로 팀 내 수위타자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은 최근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앞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자신의 밸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운이 좋아서 안타가 된 타구가 많았다. 그래서 타율이 높아도 내 스스로 자책했다"고 말한 손아섭은 "그런데 돌이켜 생각 해보니 난 행복한 선수였다. 타격 성적도 괜찮고 어머니께서 항상 나만 생각하시며 기도를 많이 드려준 덕분에 이렇게 운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젠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야구를 즐기기로 했다고 한다. 손아섭의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는 골든글러브 2관왕과 3할 타율이다. 그는 "요즘 2번으로 자주 나가는데 이젠 팀에서 내 역할은 중심타선에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홈런 욕심은 없지만 3할 타율에 대한 욕심은 크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특히 3할 타율만은 꼭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예전에 김무관 타격코치님이 '3년 연속 3할을 쳐야 진짜 3할 타자다'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한 해 반짝한 선수라는 말은 결코 듣고싶지 않다." 손아섭은 2010년 타율 3할6리, 2011년 타율 3할2푼6리 등 이미 2년 연속 3할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올 시즌이 그에게는 진정한 3할 타자가 되기 위한 시금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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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