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변화구는 좀 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
넥센 히어로즈의 '핵잠수함' 김병현(33)이 지난 4월 4일 구리 LG 퓨처스전에서 첫 선발 등판을 가진 뒤 했던 말이다. 김병현은 이후 등판시에도 직구에는 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김병현은 지난 1일 사직 롯데전에서 믿었던 직구에 고전했다. 다른 때와 달리 직구 최고구속이 143km에 불과했고 대부분 130km대 후반으로 평범했다. 제구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성적은 3⅔이닝 4피안타(1홈런) 2탈삼진. 8사사구(1사구) 6실점(4자책). 팀이 3-7로 패해 한국 무대 데뷔 후 3번째 선발 등판서 첫 패전을 안았다.

이날 그의 직구는 바깥쪽으로 빠지지 않으면 가운데로 몰려 롯데의 강타자들에게 1개의 홈런과 3개의 장타를 허용했다. 김병현과 포수 지재옥도 직구의 위험성을 알았는지 1회 21개의 투구수 중 16개를 직구로 던졌으나 4회에는 12개 중 직구가 3개에 불과했다.
그의 성격도 문제였다. 그는 좌타자를 상대해도 똑같이 몸쪽 과감한 승부를 고집했다. 1회 손아섭에게 몸쪽 직구를 던지다 손에서 빠져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4회에는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들어가 손아섭에게 시즌 마수걸이포를 허용했다. 때로는 피해갈 줄 아는 법을 알아야 하지만 그는 평소 그의 생각대로 밀어붙였다.
설상가상으로 김병현은 변화구에도 여전히 고전했다. 김병현은 결정구로 120km대 중반의 슬라이더(16개)를 주로 활용했으나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크게 빠지면서 유인구의 의미가 없었다. 커브와 체인지업은 각각 4개, 10개에 불과했다.
본인이 평소 자신있었던 직구의 힘을 잃으면서 김병현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경기 후 그는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좋았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힘과 제구를 모두 잃은 그는 팬들의 기대도 함께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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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