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하다. 아직은 우리 팀 마운드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팀 평균자책점 3.95. 시즌 전 리그 최악의 선발진이란 평가와 마무리 투수에 대한 의문부호만이 가득했던 LG 마운드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있다.
선발진은 신구조화 속에서 5인 로테이션 대기명단만 3명에 이르며 유원상과 봉중근은 지난 10년간 LG가 가져보지 못한 진정한 의미의 필승조로 자리 중이다. 시즌 개막에 앞서 “변칙적 선발투수 기용과 불펜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5할 승부를 펼쳐보겠다”던 LG 차명석 투수코치의 목표가 그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막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차 코치는 누구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예 투수들의 깜짝 활약으로 선전하고 있는 선발진도, 어느 해보다 양적으로 풍족한 불펜진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LG 마운드는 기틀을 잡아가는 상황이고 투수진이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차 코치는 호투 속에서도 좀처럼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승우·임정우 두 신예 투수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둘 다 아직 부족하단 증거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이기는 투수가 아니란 뜻이다. 좋은 투수는 팀 타선이 터질 때까지 마운드에서 버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명 두 투수의 선전이 현재 LG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불펜진 역시 아직은 과정에 있다는 입장이다. 차 코치는 “봉중근에게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아직 봉중근이 수술한지 일 년이 되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은 이제 겨우 마운드에 오를 시점인데 시즌 개막부터 너무 잘해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100%의 컨디션이 아니다. 8개 구단 마무리 중 가장 공이 느릴 것이다. 코치로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봉중근이 더 좋은 구위를 갖춰야만 남은 시즌에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차 코치는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공을 김기태 감독과 다른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에게 돌렸다. 차 코치는 “난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고 있는 격이다. 감독님 덕에 투수들의 부상이 없다. 절대 투수 기용을 서두르지 않으신다. 감독님께서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투수들 볼넷을 줄이고 마무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셨고 나는 그대로 이를 따랐을 뿐이다”며 “또한 2군 박석진 코치 덕에 2군에서 올라오는 투수마다 호투하고 있다. 투수진이 풍부해진 것은 내가 아닌, 박석진 투수코치 덕이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차 코치는 “아직 부족하다. 아직은 우리 팀 마운드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최소한 전반기는 끝나야 된다”고 자신과 LG 마운드를 향한 찬사에 손을 내저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차 코치는 올 시즌 LG 마운드의 핵으로 자리한 유원상을 작년 2군에서 집중조련했다. 5할 사수 필승 선발카드인 정재복에겐 퀵모션 수정을 강조하면서 현재 퀵모션을 1.2초대까지 줄였다. 차 코치는 투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기 보다는 각자에 맞게 작은 부분부터 변화를 유도한다. “나는 그저 김기태 감독님의 야구를 만드는 것만 집중할 뿐”이라는 차 코치지만 차 코치의 지도력으로 LG 마운드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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