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그래도 사도스키보다 오래 던졌잖아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02 16: 54

"볼넷도 8개나 주고, 3연전 첫 경기라 중요한데 지고 정말 최악의 경기였다".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 히어로즈)은 1일 사직 롯데 전에서 3⅔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2탈삼진 8사사구(1사구) 6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1999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실점 기록이다. 이날 김병현의 투구수는 90개였는데 스트라이크가 46개, 볼이 44개일 정도로 제구가 많이 흔들렸다.
한국무대에서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2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병현은 어두운 표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날 자신의 투구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가득했다. "다시 어제같은 경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볼넷을 남발해 수비도 힘들고, 3연전 첫 경기인데 팀도 졌기 때문에 정말 최악의 경기"였다는 게 김병현의 반응이었다.

김병현이 제구에 애를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등판 전까지 덜 풀렸던 팔의 알 때문이다. 공백기가 긴 김병현이기에 최근 선발등판 후 회복속도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김병현은 꾸준히 팔 근육통을 호소해 왔다. 전날 부진한 투구에 대해 김병현은 "처음부터 몸 컨디션은 별로였다. 팔이 아프니깐 안 아프게 던지려 한 게 원인"이라며 "경기 초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며 제구가 안 됐다. 팔이 아플 땐 힘을 주면 오히려 안 아파서 그렇게 던졌는데 결과는 안 좋았다. 대신 3~4회 가면서 몸에 힘을 좀 빼면서 던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프로 선수가 몸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유로 좋은 투구를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김병현 역시 "내 자신에 실망했다. 몸 관리를 못 한건 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일단 부진한 투구를 보인데다가 팔의 통증이 가시지 않았기에 김병현은 다음 번 로테이션을 거를 지 고민중이다. "계속 던지면 괜찮아 질 것도 같고 쉬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 판단이 잘 안 선다"며 마음고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시진 감독은 "오랜만에 던지는 것이니 팔에 근육통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 2~3회 가량 등판해야 좋아질 것이다"라고 밝힌 상황. 일단 다음 번 등판은 빨라야 정확히 1주일 만인 다음 주 금요일(8일)이 될 전망이다.
비록 부진한 투구를 했지만 김병현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이 포수 지재옥에 한 마디 하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자 김병현은 교체할 것이라고 오해하고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기도 했다. "보통 감독님이 나오시면 투수를 바꿨기에 교체 사인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타자만 더 잡겠다고 한 것"이라는 게 김병현의 설명이다.
경기 중간 정민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제대로 안 던지고 뭐하는 거냐'라고 분발을 촉구했을 때 김병현의 답변에서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사도스키보다 오래 있지 않았냐." 김병현은 3⅔이닝, 사도스키는 3이닝을 소화했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심리적으로 전혀 위축되지 않는 김병현이다. 그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마무리로 뛸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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