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힘 되찾은 유먼, 이번엔 직구 고집 통했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03 09: 07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33)은 지난 4월 29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바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둔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 유먼은 사직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단 1안타만 허용하며 무사사구 완봉승을 따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세 번째 기록이었다. 투구수 103개 가운데 직구만 71개를 던질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LG 타자들은 유먼의 힘 있는 직구에 연신 배트를 헛돌렸다. 4월을 마쳤을 때 유먼의 성적은 3승 평균자책점 1.53, 특급 에이스의 등장을 알리는 듯했다.
그렇지만 유먼에게 5월은 고난의 시기였다. 4차례 선발 등판서 2패만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5.25로 부진했다. 직구에 자신감을 갖고 여전히 정면 승부를 펼쳤지만 4월과는 다르게 상대 팀 타자들은 유먼의 직구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4월엔 홈런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5월엔 무려 6개의 홈런을 맞았다. 모두 직구였다.

이에 양승호 감독은 유먼을 두고 "한국에서는 140km대 후반 직구도 몰리면 맞는다. 자신의 직구에 너무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결국 유먼은 5월 마지막 경기였던 22일 삼성전은 직구의 비율을 절반까지 줄였다. 그리고 그날 등판에서 유먼은 오른쪽 옆구리에 담 증상을 느껴 조기 강판되며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빠졌다.
다들 부상 이후 투구를 염려했지만 유먼에게 열흘이라는 시간은 좋은 휴식기가 됐다. 유먼은 지난 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 경기에서 7⅔이닝동안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8-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시즌 4승째를 수확한 유먼은 4월 29일 완봉승 이후 35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최근 직구비중을 줄였던 유먼은 이날 강민호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다시 직구 볼 배합을 늘렸다. 이날 정확히 100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던 유먼은 직구 65개, 서클 체인지업 18개, 투심 패스트볼 12개, 슬라이더 5개를 던졌다. 4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직구를 많이 던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먼-강민호 배터리의 선택은 옳았다. 열흘을 쉬고 등판한 유먼의 직구에는 다시 힘이 붙었고 넥센 타자들은 배트가 밀리며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강민호는 "유먼이 쉬다 나와서 그런지 직구에 힘이 있어 보였다. 직구를 오히려 내가 더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먼은 최고구속 146km의 직구를 주무기로 삼았다. 또한 우타자 오른쪽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서클 체인지업도 효과를 봤다. 슬라이더를 5개만 던진 건 이날 넥센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가 서건창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유먼은 좌타자를 상대로만 슬라이더를 던진다. 여기에 유먼은 12개의 투심 패스트볼을 섞었다. 주로 주자가 출루하면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투심을 던졌는데 이날 유먼은 2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며 효과를 제대로 봤다.
결국 유먼 호투의 비결은 체력 비축이었다. 쉬고 난 유먼의 직구는 다시 4월의 힘을 되찾았다. 경기가 끝난 뒤 유먼은 "오늘 공격적으로 공을 던지는데 집중했다"며 직구 위주의 승부를 뒷받침했다.
유먼으로선 오랜만의 승리다. 그는 "승리해서 일단 기분이 좋다. 5월은 이미 지났고 앞으로의 경기에 집중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5월에 승은 비록 없었지만 등판 경기에서 2승을 거뒀기 때문에 큰 의미는 두지 않겠다"라고 한 말은 개인 승리보다 팀 승리를 더 중요시하는 팀 동료 라이언 사도스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끝으로 유먼에 최근 몸 상태를 묻자 "부상 부위(오른쪽 옆구리)는 날씨 때문에 약간 뻐근한 감은 있지만 통증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순조롭다"며 계속된 활약을 자신했다. 유먼의 자신감 속에 롯데는 6월 상승세를 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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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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