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건이면 아무래도 가정이 있는 쪽에 주는게 맞지 않겠나".
롯데 자이언츠는 승리 때마다 타자와 투수 쪽에서 한 명씩 수훈선수를 선정, 5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그리고 수훈선수를 정하는 사람은 양승호 감독이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가 투타에 한 명씩 있다면 뽑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지난 1일 사직 넥센전 같은 경기다. 그날 롯데는 상대 선발 김병현이 사사구 8개를 남발하면서 자멸해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가 왼쪽 골반 통증으로 3이닝만 소화하고 내려가 무려 6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타자 쪽에서는 4회 5-3으로 달아나는 올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한 손아섭과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박종윤이 경합했다. 양 감독의 선택은 박종윤. 둘 다 팀 승리에 중요한 점수를 올렸다는 점은 같았지만 양 감독은 "종윤이는 딸아이도 있잖아. 분유 값이라도 보태라고 수훈선수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투수쪽은 더 어려웠다. 사도스키에 이어 등판했던 6명의 투수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승리투수는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을 기록한 이승호가 차지했다. 또한 강영식은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홀드를 추가했으며 김사율은 9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세이브를 따냈다. 그렇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1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진명호였다.
진명호가 선택된 이유도 비슷했다. 양 감독은 "그날 투수들도 다 비슷하게 잘 던졌다. 누가 제일 잘 했는지 가리기 힘들어서 그 중 연봉을 가장 적게 받는 명호에게 주기로 했다.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생각지 못했던 가욋돈을 챙긴 진명호는 싱글벙글 웃었다고 한다.
이처럼 양 감독은 본인의 재량으로 선수들에 상을 줄 수 있으면 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하는 편이다. 현재 롯데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유니세프 데이에 월간 팀 MVP에 해당하는 선수에 시상을 하고 있다. 5월에는 투수 이용훈과 김성배가 경합을 펼친 결과 양 감독에 의해 김성배가 선정됐다.
김성배는 지난달 31일 경기에 앞서 상금 50만원과 그에 상응하는 액수의 가방을 받았다. 양 감독은 "용훈이는 이미 4월에 한 번 상을 받았다. 그래서 성배한테 상을 줬다. 워낙 불펜에서 많이 고생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2일 경기는 투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기에 답은 정해져 있었다. 타자 가운데는 1회 결승 만루홈런을 터트린 강민호가 수훈선수로 선정됐고, 투수는 7⅔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 째를 거둔 유먼이 뽑혀 50만 원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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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