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계속 아파서 부모님께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것이 제일 마음 아픕니다”.
지난 3년 간 두 번의 수술과 재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유망주. 비록 승패가 완전히 기울어버린 상황에서 등판이었으나 특유의 묵직한 구위를 보여주며 1이닝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지난 2일 경기서 619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은 6년차 우완 이원재(24, 두산 베어스)의 투구는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지난 2007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원재는 당시 기량 성장폭이 커 타 구단 스카우트들도 주목했던 준재였다. 191cm의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타점을 보여줬고 최고 152km의 직구와 커브, 포크볼 등 떨어지는 변화구 구사력이 좋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수였다. 2008시즌에는 팀의 5선발로도 뛰며 18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6.94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전지훈련서부터 이원재의 야구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전지훈련 초기 팔꿈치 과사용 진단을 받으며 조기 귀국한 이원재는 결국 그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다. 이후 이원재는 2010년 9월 22일 잠실 SK전서 선발로 1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판도가 모두 결정된 시점에서 일단 실전 감각을 찾기 위한 등판 기회였다.
2011시즌 1군 복귀를 노리던 이원재. 그러나 그는 2011년 초에도 팔꿈치 뼈가 웃자라는 바람에 이를 깎아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사실 이원재는 프로 입단 후에도 키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줬고 팔꿈치 뼈가 웃자라는 현상 또한 동서고금 파워피처들에게서 가끔씩 일어났던 일이다. 잇달아 두 번의 수술을 받으며 이원재는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나가지 못하고 재활에 열중했다.
재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던 김진욱 신임 감독은 재활조에서 훈련하던 이원재에게 미국 1차 전지훈련 참가 기회를 주었다. 따뜻한 기후에서 조금 더 자기 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그 와중에서도 김 감독은 이원재에 대해 “원재는 즉시 전력감이 아니다. 나중에 정말 크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며 당장의 쓰임새보다 가능성을 높이 샀다.
올해 퓨처스리그서 11경기 2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44(3일 현재)로 가능성을 보여준 이원재는 6월 1일 대구 삼성 3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이는 이원재를 당장 전력으로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밟는 1군에 서서히 적응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원재는 최고 148km의 직구를 던지며 1이닝 12구 삼자범퇴로 619일만의 1군 복귀전을 마쳤다.
그동안 이원재를 잠실구장에서 볼 수 있던 때는 마무리훈련 때뿐이었다. 그 외에는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두산 2군 훈련장)나 사설 재활 훈련장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이원재의 얼굴이다. 팀에서 일찌감치 ‘미래의 선발 에이스감’으로 주목했던 그는 3년 간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저는 괜찮습니다.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훈련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만 제가 계속 아파서 그 때문에 부모님께서 마음 아파 하실 때는 저도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제는 안 아프고 부모님께도 효도하고 싶습니다”. 그에게 1군 마운드는 단순하게 구위를 뽐내는 곳이 아니라 아들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효도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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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