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만이 아니다. 1번타자 배영섭(26)도 2군에 다녀온 이후 확 달라졌다. 공격 포문을 열고, 때로는 직접 해결하는 '공격형 리드오프' 본색을 되찾은 것이다.
삼성 배영섭은 지난 2일 대구 두산전에서 6-7로 뒤진 7회말 1사 1·3루에서 상대 투수 이혜천을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역전 2타점 3루타를 작렬시키며 재역전승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배영섭은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 1군 복귀한 뒤 3경기 연속 안타로 타율 3할3푼3리. 안타 4개가 2루타 3개와 3루타 1개로 모두 장타인 게 눈에 띈다.
지난해 99경기 340타수 100안타 타율 2할9푼4리 2홈런 24타점 33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 트로피를 들어올린 배영섭은 그러나 올해 갑작스런 부진에 빠졌다. 지난달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34경기에서 111타수 23안타 타율 2할7리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2루타는 하나뿐이었다.

배영섭은 함께 내려간 최형우와 함께 첫 3일간은 휴식을 취했다.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승부에서 잠시 벗어나 지친 심신을 달랬다. 배영섭은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었다. (작년에 비해) 상대 투수들이 견제한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잘 맞은 타구들이 잡히며 잘 안 풀렸다"며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유를 한 번 돌아봤다.
배영섭은 "2군에 내려간 뒤 마음의 여유를 얻어왔다. 첫 3일 동안은 훈련을 하지 않고 머리를 식히며 마음을 비웠다. 다시 연습을 시작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형우와 마찬가지로 '비움'의 효과를 본 것이다.
지난달 30일 밤 최형우와 함께 1군의 호출을 받고 대전으로 이동할 때에도 "우리가 뭔가 보여주자 갚아주자"가 아니라 "우리가 간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싹 비우고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1군 복귀날 최형우와 배영섭의 표정에는 부담보다 평안함이 느껴졌다.
배영섭은 "팀이 연승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1군에 올라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다"고 말했다. 배영섭과 최형우가 1군에 복귀한 날 삼성은 시즌 첫 스윕과 함께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두산전에서는 첫 날에 패했지만 그 이튿날 최형우의 선제타와 배영섭의 역전 결승타에 힘입어 다시 한 번 5월 승률 고지에 복귀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배영섭은 작년부터 우리 팀의 1번타자였다. 당분간은 믿고 내보낸다"며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1군 복귀 후 연일 맹타를 터뜨리고 있는 배영섭이 류 감독과 팀의 기대에 부응할 날은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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