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OK' 박지훈, "떨리지만 속으로 삼킨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6.03 09: 03

"선발도 하고 싶고 마무리도 하고 싶고."
신통방통이다. KIA 불펜에 가장 확실한 박지훈(23)은 신인 투수다. 어떻게 된 것인지 위기에 더 믿음직스럽다.신인티가 확 풍기는 외모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어느새 노련미를 갖춘 베테랑으로 탈바꿈한다.
투수 보는 안목이 까다로운 선동렬 감독조차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만족스러운 피칭을 한다. 현재의 기량은 물론 발전 가능성, 두둑한 배짱까지 여러 부문에서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일단 성적이 증명하고 있다. 박지훈은 올 시즌 18경기에 나와 2승1패 6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1.93이다. 이닝 소화력도 좋아 28이닝을 던졌다.
내용을 찬찬히 살피면 기가 막히다. 박지훈은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이 2할6푼이다. 제법 맞는다. 그러나 일단 주자가 한 명이라도 나가 있으면 1할5푼6리로 피안타율이 뚝 떨어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대 타선의 득점권에서는 오히려 1할2푼9리로 더 내려간다.
이 때문에 박지훈이 나간 18경기 중 팀은 11승(2무)을 올렸다. 다시 말해 5번 팀이 졌을 뿐이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신인왕' 우선순위로 거론될 정도다.
박지훈은 "사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떨린다"면서도 "그런데 표가 안 날 뿐이다. 그럴 때는 혼잣말로 욕을 하기도 하면서 속으로 삼킨다"고 밝혔다. 또 "주자가 있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모르겠다"고 말하며 슬쩍 웃음을 보였다.
선 감독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는 데 대해 "감독님께서 '지는 것은 감독이 책임진다. 타자만 생각하라'고 하셨다"고 전한 뒤 "시범경기 때 못해 2군으로 내려갔다 왔는데 그곳에서 조언이 도움이 됐다. 너무 잘하려고 들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스스로 과묵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원정 룸메이트 김원섭이 거들었다. "말 좀 해보라"고 놀릴 정도. 김원섭 역시 말이 없는 편. 한마디 말도 주고 받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경우도 있단다.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주어진 기회를 잡아야 하고, 매일 경기가 고단하고 실투를 하면 가차 없는 것"을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라 설명한 박지훈은 "먼 미래 이야기지만 선발도 하고 싶고 마무리도 하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선 감독은 "연투를 할 때는 썩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단점을 앞에 내세웠다. 하지만 곧 "지금은 한기주보다 안정감이 있다. 중간 투수 중에는 팀내 존재감이 오승환급"이라고 칭찬했다.
또 "대학졸업 선수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연습경기 때부터 보니 경기 운영 능력을 지녔다"면서 "제구력이 있고 성격도 보니 피해가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신인 같지 않더라. 마운드에서는 얼굴에 티도 나지 않는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스릴을 즐기는 남자 박지훈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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