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는 쳐야 한다".
삼성 박석민은 올해 홈런 9개를 치고 있다. 하나만 더 추가하면 지난 2008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박석민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중심타자로 꾸준하게 나오면 누구나 칠 수 있다"며 "적어도 30개는 연속으로 쳐야 기록"이라고 말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국민타자' 이승엽(36)이 바로 그런 존재다.
이승엽은 지난 2일 대구 두산전에서 1-1 동점이 된 1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김선우의 초구 가운데 낮은 143km 투심 패스트볼을 퍼올려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복귀 첫 해 시즌 10호 홈런으로 일본 진출 전이었던 1997~2003년에 이어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역대 프로야구 16번째 기록. 통산 홈런 1~2위의 양준혁과 장종훈이 15년 연속으로 최장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박경완(14년) 이만수·마해영(이상 11년) 장성호(10년) 김성한·한대화·홍현우·이종범·이범호(이상 9년) 박재홍·김동주·심정수·이대호(이상 8년)에 이승엽까지 16명만이 밟은 고지다. 하지만 박석민의 말대로 이승엽의 연속 홈런은 수준이 다르다.
1995년 만 19세에 고졸 신인으로 데뷔 첫 해부터 13홈런을 터뜨리며 1994년 LG 김재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20대 미만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된 이승엽은 1996년 9홈런으로 주춤했을 뿐 1997년 첫 홈런왕(32개)에 오르며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어 1998년 38개로 갯수를 늘리더니 1999년 54홈런으로 '50홈런의 벽'을 넘었다. 2000년에도 36개, 2001년에도 39개.
2002년 47홈런으로 두 번째 40홈런 시즌을 보냈고, 2003년에는 아시아 홈런 신기록 56홈런을 쏘아올렸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은 이승엽을 포함해 22명이 있지만 7년 연속 20홈런 이상 친 타자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정확히 말하면 이승엽의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은 모두 30개 이상이다.
20홈런 기록은 타이론 우즈와 양준혁·박재홍·마해영의 5년 연속이 다음 기록이고, 30홈런 기록은 우즈의 4년 연속이 겨우 뒤따르고 있다. 현역 선수 중 2년 연속 30홈런을 친 타자는 2003~2004년 SK 이호준뿐이다.
이승엽은 올해도 '30홈런'에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연속 홈런의 기준도 오로지 '30홈런'이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9호 홈런을 터뜨린 뒤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하나만을 남겨뒀던 그는 "홈런 10개 갖고 기록을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적어도 30개는 쳐야 기록을 말할 수 있지 않겠나. 의식적으로 홈런을 노리지는 않겠지만, 홈런 30개를 치면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10호 홈런은 올 시즌 처음으로 낮은 공을 퍼올려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실투가 아니더라도 홈런을 칠 수 있는 이승엽의 대포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홈런으로 통산 334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역대 2위 장종훈(340개)에 6개차로 다가섰다. 역대 1위 양준혁(351개)과는 17개차.
그가 기준으로 삼는 30홈런을 넘긴다면 올 시즌 내로 역대 최다홈런의 주인공이 바뀌게 된다. '홈런이 가장 잘 어울리는 타자' 바로 이승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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