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희망, 지면 절망." 여자배구에 이어 남자배구 역시 다시 한 번 한일전에서 운명이 갈리게 됐다.
12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한국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2012 런던 올림픽 세계 및 아시아 예선서 지난 1일 이란전 0-3 완패에 이어 2일 세르비아전에서도 1-3으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당초 7전 6승을 달성, 자력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한국이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대들의 전력은 강했다.

두 경기 모두 완패였다. 1차전에서는 장신 선수들이 많은 이란의 높이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원활하게 공략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니어 대회 첫 출전인 신예 가에미 파흐드에게 서브 에이스만 4개를 포함, 15득점을 허용하는 굴욕을 당했다.
세르비아전 역시 참담했다.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의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흐트러진 집중력은 4세트 합계 34개의 범실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승부처마다 범실에 발목을 잡혔고 블로킹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서브 리시브 역시 흔들렸다. 세르비아전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한 세트를 빼앗았다는 점뿐이었다.
한국은 2패(1득 6실, 세트득실률 0.167)로 현재 6위다. 본선행 티켓은 단 2장뿐이기 때문에 상황은 어렵다.
아시아 5팀(한국 이란 호주 중국 일본)과 유럽 1팀(세르비아) 북중미 1팀(푸에르토리코) 남미 1팀(베네수엘라)이 2장의 티켓을 놓고 다투는 가운데 한국이 올림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둬 놓고 봐야 한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오는 5일 일본과 3차전이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하다. 3차전에서 패할 경우 본선 진출의 꿈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 바로 그 승부처에서 만나는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도 아이러니컬하다.
시간을 되돌려 5월 말에 열린 여자 세계예선을 복기해보자. 당시 여자대표팀 역시 '세계최강' 러시아와 복병 세르비아에 일격을 당해 2연패에 빠져 있었다. 더구나 런던올림픽 진출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에서 만난 상대는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이었다.
하지만 여자대표팀은 일본을 3-1로 꺾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일본전 이후 4연승을 달리며 전체 2위, 자력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기억은 남자대표팀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더구나 남자배구의 경우 일본 역시 강팀으로 손꼽힐 만한 전력은 아니다. 첫 경기였던 세르비아전에서 0-3으로 완패한 후 2차전에서 베네수엘라를 잡아내며 1승1패(승점 3)로 4위에 올라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일전'이라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일본 역시 한일전을 맞이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한국-중국-호주로 이어지는 아시아 국가와 3연전을 반드시 잡아내서 아시아 1위를 확정짓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눈여겨 볼 상대는 좌우 쌍포 시미즈 구니히로(25)와 후쿠자와 다쓰야(25, 이상 파나소닉). 특히 시미즈의 경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 한일전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한국에 역전패를 선사한 선수기도 하다. 한국의 블로킹이 살아나고 박철우-김학민 등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958년 도쿄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한국은 일본에 상대 전적 66승45패로 앞서있다. 특히 유럽식 '스피드 배구'에 뒤처져 세계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2000년대 후반에도 일본을 상대로는 10승7패의 우위를 점한 바 있어 충분히 승리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있는 한국이 과연 한일전에서 다시 한 번 일본을 잡아내며 런던행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까. 물러설 곳 없는 남자배구 대표팀이 극적인 드라마를 써내려가기를 기대해 본다.
costball@osen.co.kr
FIVB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