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구구장. 삼성과 원정경기를 앞둔 1루 불펜에서 두산 우완 투수 노경은(28)이 불펜피칭에 한창 집중했다. 구원투수의 경기 전 불펜 피칭은 이례적인 장면. 김진욱 감독은 직접 타석에도 들어서며 노경은의 구위를 점검했다.
잠시 후 덕아웃으로 들어온 김진욱 감독은 "수요일에 경은이를 선발 기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오는 6일 잠실 SK전이 그 무대. 올해 아직 선발등판이 없는 노경은은 지난해 6월2일 문학 SK전이 마지막 선발등판이었다. 선발투수 임태훈이 팔꿈치 타박상을 당해 1군에 빠져있는 만큼 대체 요원이 필요했고 그 선수로 노경은이 낙점됐다.
여기에는 김진욱 감독의 깊은 배려가 숨어있다. 김 감독은 "경은이 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좋다. 그런데 불펜에서 자기것을 찾지 못하며 심리적인 기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럴 때 무조건 막아야 하는 불펜보다 조금 여유있는 선발로 길게 던지며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자기 공이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어제(2일)도 불펜에서 워낙 공이 좋았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기용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노경은은 전날이었던 2일 대구 삼성전에서 7-5로 리드한 6회 구원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홈런 포함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김 감독은 "공이 좋은데도 마운드에만 서면 팔 스윙이 작아지고 위축된다. 보통 처음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타자에게 전력으로 던지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맞을까봐 변화구 던지는데 그게 볼이 되고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직구를 던지마 맞는다. 결국 심리적으로 흔들렸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감독의 배려 속에 첫 선발 기회를 잡은 노경은. 자신의 공이 얼마나 좋은지 직접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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