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마무리로 쓰기는 쉽지 않아졌다.
한화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32)가 또 무너졌다. 바티스타는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 7-5로 리드한 8회 1사 1루에서 구원등판했으나 안타 2개와 도루 허용 2개 그리고 폭투로 어이없게 동점을 허용했다. 9회에도 12초 경고를 받는 등 첫 타자 정성훈에 볼넷 허용한 채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한화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며 연장 12회 무승부로 헛심만 쓰고 말았다.
▲ 완전히 무너진 바티스타

지난달 27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세이브 상황에서 박병호에 초구에 스리런 홈런을 맞고 볼넷-사구로 무너지며 강판된 바티스타는 31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동점 상황에 올라왔으나 안타와 볼넷을 2개씩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 실점하며 블론세이브 2개와 1패를 떠안았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 11.25. 4이닝 동안 볼넷 6개와 몸에 맞는 볼 2개로 자멸했다.
지난해 27경기에서 3승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로 활약하며 한화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른 바티스타는 그러나 2년차가 된 올해 완전히 무너졌다. 20경기에서 1승3패7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95. 19⅔이닝 동안 볼넷 21개와 몸에 맞는 볼 4개를 남발하며 스스로 경기를 그르쳤다. 강력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득점권 피안타율 3할8푼5리와 승계주자 실점율 50.0%(6/12)에서 나타나듯 위기에 약했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최근 5경기에서 나타났듯 바티스타는 더이상 마무리로 기용하기 어려워졌다. 바티스타가 무너져도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그대로 믿고 기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팀과 개인 모두를 위해서라도 힘들어졌다. 바티스타의 마무리 대안과 함께 그의 활용도를 찾아야 하는 게 한화 코칭스태프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
▲ 마무리 대안과 바티스타 활용법
일단 새로운 마무리 대안을 찾는 게 급하다. 지난 2년간 마무리투수 이상의 존재감을 떨친 좌완 박정진은 구위 하락으로 2군에 내려갔고, 지난해 넥센-LG에서 마무리로 활약한 송신영도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져있다. 불펜 전환 이후 16경기에서 1승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하고 있는 안승민이 유력한 후보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에 따라 마운드 전체가 새판짜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메디컬 테스트 등 입단 절차를 밟고 있는 유력한 대체 외국인 좌완 션 헨은 미국에서도 주로 중간 불펜으로 활약했다. 헨이 새로운 마무리가 될 수 있다. 헨이 선발로 들어갈 경우에는 마무리로 싹수를 보인 김혁민이 전격 소방수 임무를 맡을 수 있다. 한대화 감독은 김혁민에 대해 "볼 던지는 스타일이나 배짱을 볼 때 차세대 마무리감"이라고 평가한 바있다.
또 하나는 바티스타의 활용법을 찾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간 불펜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 바티스타는 미국에서부터 선발이 아닌 불펜 전문으로 등판한 투수라 시즌 중 갑작스런 선발 전환이 쉽지 않다. 지난해 시즌 중에도 한대화 감독이 면담을 통해 선발 전환 여부를 물어봤지만 바티스타의 대답은 "준비가 안 돼 있어 어렵다"였다. 올해도 바티스타는 마무리로만 준비했지 선발은 준비하지 않았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바티스타 퇴출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waw@osen.co.kr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