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5할 사수 본능이 있다면 삼성에는 '5할+1승'이라는 넘지 못할 벽이 버티고 있다.
지난 3일 대구구장. 두산과 홈경기를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늘은 정말 이기고 싶다. 이기면 위대한 날이 될 것"이라는 농담으로 웃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의 성적은 22승22패1무로 정확히 5할 승률. 그러나 한 번도 5할+1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개막 3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은 이후 3연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맞췄다. 그러나 4월15일 대구 넥센전에서 7-10으로 역전패하며 5할 승률을 초과 기회를 날렸다. 결국 4월을 7승10패로 6위에 머무르며 고전을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7경기에서 5승1패1무를 거두며 14승14패1무로 시즌 두 번째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경기였던 16일 대구 KIA전에서 재역전패를 당하, 다시 5할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이튿날 다시 KIA를 꺾고 5할 승률로 돌아온 그 다음날 넥센과 맞붙었으나 6-7 재역전패로 또 실패.
넥센에게 싹쓸이 3연패를 당하며 승패 '-3'으로 떨어진 삼성은 한화를 상대로 5월 마지막 3경기를 스윕하며 승률 5할에 재복귀했다. 그러나 6월 첫 날이었던 지난 1일 대구 두산전에서 1-2로 석패하며 5할 밑으로 떨어진 삼성은 이튿날 12-8 재역전승으로 5할 고지를 재점령했지만, 3연전 마지막날 0-4 영봉패로 시즌 5번째 '5할+1승'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삼성이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5할+1승을 해보지 못한 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5할+1승을 해보지 못한 팀은 삼성 외에도 한화와 KIA가 있다. 한화는 시즌 개막 후 5할 승률에 도전해볼 기회도 없이 줄곧 최하위였고, KIA는 5월 이후 5할 승률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5월 이후 4차례나 5할 승률이 되며 치고 올라갈 기회를 잡았지만 그때마다 미끄러졌다.
이는 곧 삼성의 힘이 지난해 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하게 치고 올라갈 때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있다. 5할 승률을 넘어야 본격적인 순위 다툼이 가능한데 그 기회마다 한끗 차이로 무너지고 있으니 아쉬움이 크다. 류중일 감독도 "시즌 전에는 우리가 압도적인 1위 후보였다. 하지만 감독·코치·선수 이동이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8강8약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며 에둘러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시즌 전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지목된 LG는 '5할 본능'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올해 10차례나 5할 밑으로 떨어질 위기 때마다 승리했다. 삼성은 그 반대의 징크스를 겪고 있다. 과연 시즌이 끝났을 때에도 5할 징크스는 유지될까 깨질까. LG에 이어 삼성의 5할 징크스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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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