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선발 왕국으로 거듭날 조짐이다.
두산은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 이용찬이 8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팀의 4-0 영봉승을 이끌었다. 시즌 5승(4패)째를 거둔 이용찬은 당당히 평균자책점 부문 리그 전체 1위(2.20) 오르며 특급 우완 반열에 올라섰다.
여기에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도 10경기에서 리그 전체 3번째로 많은 69⅓이닝을 소화하며 가장 많은 6승(3패)에 평균자책점 3.12로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우완 김승회도 7경기에서 4차례 퀄리티 스타트 포함 3승2패 평균자책점 3.16으로 역투. 부상으로 잠깐 빠져있는 임태훈도 4월 한 달간 3승 평균자책점 0.53을 기록하며 시즌 초반을 이끌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남는 아쉬움이 있으니 바로 지난해까지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김선우(35)의 부진이다. 김선우는 올해 10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6.45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피안타율 3할3푼에서 나타나듯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당하고 있다. 16승7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활약한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위력이 반감됐다. 김진욱 감독은 김선우의 부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감독은 "작년보다 구위가 떨어져 있어 볼이 (가운데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에서 김선우는 97개 공 중에서 직구가 25개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구속이 최저 139km에서 최고 143km에 머물렀다. 강속구를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타자와 승부하는 김선우에게 볼 스피드와 구위 하락은 치명적이다.구위가 떨어지면서 공도 가운데로 몰리고 있다.
김 감독은 "몸에 아픈 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시범경기에서) 원래 안 좋은 무릎에 타구를 맞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팔 각도가 내려와 있다. 그래서 별다른 각도 없이 공이 일직선으로 간다. 코너워크가 되거나 볼끝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으면 타자에게 잘 맞는 타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한 번 바꿔보라"는 조언까지 해가면서 김선우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공이 몰리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다.
"당분간 믿고 더 지켜볼 것"이라며 김선우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은 김 감독은 한 가지 주문을 했다. "우리팀 타선이 좋기 때문에 경기 초반 점수를 줘도 6~7이닝을 버텨준다는 생각으로 던졌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위기를 막아내는 능력이 있지만 그럴 경우 이닝이 짧아진다. 4~5점을 주더라도 6~7이닝 이상 던져주면 마운드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과연 김선우가 점점 완성돼 가고 있는 두산 선발 마운드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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