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팀의 선발 유망주로 꼽혔던 선수들. 가능성도 보여줬으나 기대치에 걸맞는 실적은 남기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던 이들이 이제는 팀의 필승 계투로 자리잡으며 5할 승률 마지노선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 LG 트윈스 우완 유원상(26)과 두산 베어스의 홍상삼(22)이 경기 중후반 보여주는 쾌투가 팀을 살리는 중이다.
유원상은 올 시즌 27경기 1승 1패 2세이브 10홀드(2위, 4일 현재)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하며 LG 마운드 확고부동한 셋업맨으로 자리를 굳혔다. 개막 2연전 후 2군으로 내려가 한 달 가까이 2군에 있었던 홍상삼은 13경기 6홀드(공동 6위)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하며 어느 순간 그도 팀의 셋업맨 자리를 꿰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원상과 홍상삼은 소속팀의 선발 유망주였다. 지난해 좌완 유창식(계약금 7억원)이 입단하기 전까지 한화의 신인 계약금 최고액 수령자(5억5000만원)였던 유원상은 한화 시절 우완 선발 유망주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유원상은 2008~2010시즌까지 연속 5승을 거두며 그저 가능성만을 남겼다. 결국 지난 시즌 중 유원상은 좌완 양승진과 함께 LG로 트레이드 되었다.

홍상삼도 김경문 현 NC 감독 재임 시절 선발형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2009시즌 갑작스레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해 9승을 수확하며 신인왕 후보로까지 이름을 올렸던 홍상삼은 2010시즌 4승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며 무승으로 2011년을 마쳤다. 2009시즌 실적을 보여준 뒤 김경문 감독은 2시즌 동안 스프링캠프서 홍상삼을 4~5선발감으로 놓으며 기대했던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유원상과 홍상삼은 선발이 아닌 계투로서 팀에 공헌 중이다. 세부 성적에 있어서도 유원상이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99에 피안타율 2할4푼1리를 기록 중이며 홍상삼의 WHIP은 0.88에 피안타율은 1할3푼8리로 엄청나다. 기본적으로 구위를 갖춘 투수들이 전력투구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되면서 난공불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원상은 현재 활약상에 대해 "선발로 뛸 때는 완급조절에도 신경을 써야했고 팔꿈치 상태도 사실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팔꿈치 상태도 괜찮고 완급 조절보다 전력 투구에 힘쓸 수 있어서 오히려 편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홍상삼도 현재 호성적에 대해서 겸손해 하면서도 "10구 정도 불펜에서 던지면 어깨가 풀리더라. 몸이 꽤 빨리 풀리는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는 말로 계투로서도 나쁘지 않은 몸을 지녔음을 이야기했다.
대다수의 투수 유망주들이 계투보다는 선발로 뛰기를 원한다. 주목도도 높고 하루 등판 후 4~5일 가량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원상은 현재 팬들로부터 ‘유느님’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적어도 LG에서는 국민 MC 유재석이 아니라 유원상을 가리키는 이야기다. 홍상삼도 한층 성숙해진 마인드와 함께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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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홍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