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돋보이는 성과를 낸 멜로-로코(로맨틱코미디) 장르는 '눈물 한 방울' 없이 신선한 내용과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멜로의 새 역사를 쓴 '건축학개론'은 기존 정통멜로의 공식을 답습한 영화가 아니다. 흔히 '최루탄 영화'라고 불리는 눈물 콧물 범벅 영화들을 '미워도 다시한번'에서부터 내려져오는 한국 멜로의 정서로 여겼으나, '건축학개론'은 '아련함의 정서' 하나만으로 400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등장했던 등장인물의 '죽음' 같은 소재도 없다.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러브픽션'에 이어 올해 로코물에 활기를 띠게 한 작품이다. 지난 해 '오싹한 연애'를 제외하고는 로맨틱 코미디물이 줄줄이 흥행에 쓴 맛을 봤던 것을 상기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다.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건축학개론'처럼 신기록을 내다보고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주인공들의 화해 과정에서 찡한 부분이 있지만, 등장 인물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남편이 카사노바에게 유혹을 부탁할 정도로 민폐 독설가인 아내는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당당하며, 삼각관계에서 누군가 마음을 다칠 지언정 감정은 심하게 질퍽거리지 않는다. 이처럼 두 영화는 감정선을 극단으로 끌고가지 않고 적당한 쿨함과 적당한 따뜻함으로 현대인의 감성에 접근한다.

또 '건축학개론'과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볼 수 있는 성공 요인인 철저한 '여성 장르'에서 탈피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근접 장르는 최근 몇 년 사이 별다른 가능성 없는, 닳고 닳은 장르로 치부되던 것이 사실이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멜로, 로맨틱코미디는 사실 남자들이 앞장서서 보러가는 장르는 아니다. 여자친구의 설득에 따라 갔다가 재미있다고 느끼면 그 영화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내 아내의 모든것'의 배우 이선균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보러 갔다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잘 만든 로맨틱코미디는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해 선보인 '너는 펫'은 너무 여성들만 즐길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였고, '티끌모아 로맨스'는 여성도, 그렇다고 남성에게도 특별히 어필하지 못하는 애매함을 갖고 있었다. 반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건축학개론'은 1020 젊은 관객들의 지지는 물론 30대~40대 남성 관객까지도 잡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현재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커플-부부들을 막론하고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로 전 연령층에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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