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로서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점이나 고쳐야 할 점 등을 노트에 쓰게 했었다. 그 습관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고 하길래 너무 고마웠다”.
다른 국적 스승과 제자. 그것도 잠시 동안의 사제 관계였다. 그러나 스승은 베테랑의 제자가 아직도 당시의 지침을 기억하고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는 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토 쓰토무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올 시즌 효자 프리에이전트(FA) 이적생으로 활약 중인 조인성(37, SK 와이번스)에 대한 애정을 비췄다.
이토 수석과 조인성은 지난 2011년 초 LG 트윈스 포수 인스트럭터와 주전 포수로 연을 맺은 바 있다. 이토 수석은 세이부 라이온스의 황금기를 이끈 동시에 감독으로서도 2004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등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대단한 업적을 이룬 인물. 조인성은 지난시즌까지 LG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활약한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했다.

올 시즌 조인성은 39경기 3할1푼3리 5홈런 16타점(4일 현재)을 기록하는 동시에 정상호와 안방을 번갈아 맡으며 SK의 선두 수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느덧 프로 15년차 베테랑이 되었으나 여전히 열심히 야구에 임하는 조인성이다.
이제는 소속이 다른 이토 수석과 조인성이지만 양 팀의 맞대결 시 만나면 환담을 나누는 사이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4일 문학 SK-두산전서 5회 조인성이 최윤석의 2루수 플라이 때 귀루하지 못하는 본헤드 플레이를 보여줬던 바 있다. 이튿날 이토 수석은 조인성을 만나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바보’라며 놀리며 조인성의 멋쩍은 웃음을 자아냈다.
“아, 그 때.(웃음) 그 때 조인성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해서 귀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가 우리 팀을 도와줬었다. 내가 놀렸을 때 내심 분하게 생각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하더라”.
LG 포수 인스트럭터로 재직하던 시절 이토 수석은 포수들에게 포인트가 되는 시점이나 플레이를 직접 기록해두고 뇌리에 제대로 새겨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에도 양의지, 최재훈 등 두산 포수들이나 다른 선수들도 경기에 출장하지 않을 때 노트에 상대의 플레이 성향을 체크하거나 3인칭 시점에서 본 경기 포인트를 짚으면서 플레이 복기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토 수석은 조인성이 자신이 떠난 뒤에도 그 모습을 잃지 않았다는 데 감격했다.
“조인성이 요즘도 경기 시 기억해둬야 할 부분이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적어두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 어떻게 보면 그 당시 나는 인스트럭터였기 때문에 선수가 지도를 받고도 잊어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조인성은 아직도 그 점을 숙지하고 그대로 행동에 옮기고자 한다더라. 그 이야기에 내가 더 고마웠다”.
야구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대결로 이뤄지는 경기다. 정서적인 교감이 없이 물리적 충돌만 있다면 결코 경기력이 좋아질 수 없다. 이토 수석의 ‘고마웠다’라는 이야기에서 잠시 동안의 사제 관계가 이어준 두 야구인의 믿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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