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불펜 희망 정민혁, "늦게라도 꽃피워보고 싶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05 06: 18

혼신의 피칭이었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 희망투였다. 7년차.언더핸드 정민혁(29)이 무너져가는 한화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정민혁은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7-7 동점이 된 9회말 1사 1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정민혁은 연장 12회말 마지막까지 경기를 책임졌다. 4이닝 동안 67개 공을 던지며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팀의 패배를 막았다. 볼넷 3개도 모두 고의4구. 안타 하나 빼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한화를 역전패 위기에서 구했다. 
정민혁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남아있는 투수가 나밖에 없기 때문에 무조건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더 편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정민혁은 고의4구를 제외한 13타자 상대로 10차례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여기에 높낮이를 이용한 제구에 체인지업성 싱커와 커브·슬라이더를 섞어던지며 고비 때마다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9회 2사 2·3루에서 오지환을 삼진 잡고, 12회 2사 만루에서 윤요섭을 삼진 처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팀 동료들은 "비긴 경기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뻐한다"며 놀렸지만 정민혁은 "그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자신있게 투구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포즈가 나왔다"며 쑥스러워했다. 본능적으로 포효할 만큼 정민혁은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 2003년 2차 9번 전체 69순위로 고향팀 한화에 지명된 정민혁은 연세대 진학 후 특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대전고 3학년 때 오버핸드에서 언더핸드로 전환했고, 대학에서 급성장하며 완성도 높은 피칭을 자랑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아마추어 대표로 뽑혔고, 2007년 계약금 2억5000만원을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입단 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채 군입대하며 잊혀졌다. 군제대한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시작은 쉽지 않았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도중 갑작스런 두통으로 중도 귀국했고, 한 달 정도 야구공을 놓은 채 훈련을 하지 못했다. 정민혁은 "나 혼자 생각으로 6월 정도 1군에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각보다 빨리 1군에 올라와서 좋았다"면서도 "그동안 감독·코치님께 너무 죄송했다. 1군 엔트리에 있는데도 감독·코치님께서 쉽게 마운드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지난달 8일 1군 등록 후 정민혁은 팀의 24경기 중 8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래서 정민혁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피하지 않고 초구부터 정면으로 낮게 던지는데 집중하겠다. 1경기에 그치지 않고 평소에도 잘 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우리나이 서른의 그는 30대 중반부터 꽃을 피운 팀 선배 박정진처럼 "늦게라도 한번 꽃을 피우고 싶다. 올해 끝나고 결혼을 하는데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까지 무너져내린 한화 불펜. 위기 속에서 재발견된 정민혁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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