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본 롯데의 기대 밖 활약 비결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05 06: 23

"일단 선수들이 감독님 눈치 안 보는게 크죠".
프로야구 전체 일정의 37%를 소화한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는 현재 24승 20패 2무 승률 5할5푼8리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은 팀들 간 게임차가 적어 현재의 성적이 큰 의미는 없지만 핵심전력이 빠진 가운데서도 승패마진 +4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여러 차례 강조한 '5월까지 5할'은 이미 달성했다.
올 시즌 롯데의 기대 밖 활약은 어떻게 봐야할까. 양 감독은 "우리 팀이 지금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데이터만 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롯데의 총 득점은 200점, 실점은 199점이다. 거의 마진이 제로섬에 가깝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승이 패보다 4개 더 많다는 건 전력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는 걸 의미한다.

야구 통계학자인 빌 제임스는 득실관계에서 기대승률을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이라는 도구를 고안했다. 득점의 제곱을 득점의 제곱과 실점의 제곱의 합으로 나눈 값이다. 롯데의 피타고리안 승률은 5할3리. 현재 롯데의 실제 승률보다 5푼5리가 낮다. 득실만 놓고 봤을 때 대략 3승 정도 더 거둔 셈이다.
롯데가 기대승률보다 실제승률이 높은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질 때는 대패하고 이길 땐 필요한 점수만 뽑고 이겼을 수도 있고, 상대 실책에 편승해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은 김성배와 이명우를 비롯한 불펜 요원들이 박빙 상황에서 기대 밖 호투를 펼친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야수조 최고참 홍성흔은 다른데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3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감독님 눈치를 안 보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 더그아웃에선 감독과 선수가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때문에 타 구단의 몇몇 선수들은 홍성흔에게 '양승호 감독 때문에 롯데에 가고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롯데는 감독이 선수들에 직접 지적을 하기 보다는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홍성흔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건 감독님 보다 담당 코치님들이 직접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할 자세 같은 건 베테랑이나 선배들이 후배들을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사장이 하나 부터 열 까지 모두 챙기고 다니면 조직의 구성원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홍성흔은 "감독님은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야구만 할 수 있도록 유도하신다. 감독으로서 지적할 게 있더라도 직접 말씀하시는 편 보다는 코치를 통해 전달하신다"고 했다.
덕분에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항상 밝다. 또한 선수들 역시 위축되기 보다는 항상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야구에선 자신있는 플레이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선수로서 감독님 눈치 덜 보고 야구하는 게 복이죠. 롯데 선수들은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홍성흔의 이 말에서 롯데의 기대 밖 활약에 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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