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 “첫정사신, 멘붕상태? 전혀없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6.05 09: 46

참 예쁜 배우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여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배우, 조은지다.
조은지를 인터뷰하는 내내 받은 깊은 인상은 연기를 대하는 그의 자세가 참 예쁘다는 것이었다. 최고의 감초 배우 조은지는 영화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에서도 유머러스함은 유지하되 그가 꺼내 든 반전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조은지에게 저런 표정과 감정이 나올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조은지는 ‘후궁’에서 화연(조여정)의 몸종 금옥 역을 맡았다. 뜻하지 않게 성원 대군(김동욱 분)에게 간택된 후 본능적인 욕심에 이끌리는 금옥은 영화에서 순수 욕망의 결정체로서의 모습을 선보이며 욕망의 덫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금옥은 권력을 지키고자 뺏기지 않으려고 한 ‘0’ 아래에서 시작하는 인물이에요. 그러다 뜻하지 않게 승은을 입게 되죠. 영화에서 그런 대사를 해요. ‘못 올라가지 싶더니 오르고 나니 또 내려가기 싫습니다’ 금옥의 욕망과 본능적인 면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에요.”
화연(조여정 분)의 몸종으로 항상 굽실굽실하며 하늘보다는 땅을 보는 게 익숙하고 누구를 부리기보다는 부림을 당하는 금옥은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본 후 그들의 행동거지와 말투를 따라 한다.
“금옥이라는 캐릭터가 안쓰러웠어요. 촬영하면서도 안쓰러웠던 거는 ‘그냥 있지. 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까지 올라간 게 어딘데 이렇게 어리석을까 이런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금옥이는 권력을 쉽게 맛봐서 뭐든 쉽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몰입이 잘 되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가 바로 금옥이다. 금옥은 우리가 주변에서 한 번쯤은 봤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권력과 부귀를 얻은 후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조은지는 금옥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관객들이 금옥이의 변화되는 시점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중점으로 연기했죠.”
금옥의 위치에 변화가 생기면서 그에 따른 가정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후궁’은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과 농도 짙은 정사신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 앞서 영화 ‘은교’의 김고은, ‘간기남’의 윤재는 정사신을 찍을 때 ‘멘붕(멘탈붕괴) 상태’가 왔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조은지는 그렇지 않았다.
“저는 멘붕 상태가 안왔어요. 저는 노출이 있었던 영화가 앞서 세 편정도 있었지만 정사신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그런 부분(노출)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보이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내러티브가 강하게 왔죠. 배우들이 스태프들이 많은 환경 속에서도 각자 감정을 가지고 촬영을 했기 때문에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현재 이 감정을 더 잘 살려야 된다는 것. 스태프들이 분위기 자체도 그렇게 조성을 해줬죠.”
‘은교’, ‘간기남’, ‘돈의 맛’ 등이 수위 높은 노출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영화들의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노출보다 영화 내용과 연기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던 것처럼 조은지도 같은 마음이다.
“베드신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나 영상의 키워드가 되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단지 노출, 베드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면 베드신 자체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선만 보일 수 있는 거고 관객들이 그런 지점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후궁’에서 데뷔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강렬한 베드신을 소화한 조은지, 코믹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연기 변신을 시도한 조은지, 그의 다음 필모그래피를 채울 또 다른 연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좋은 작품을 했다’, ‘잘 소화해냈다’고 듣고 싶고 새롭게 보였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희화된 캐릭터나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버리고 싶다거나 탈피하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새로운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거죠. 그러한 부분을 확실히 보여주고 좀 더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감정까지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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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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