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영원한 끝은 아닐 수도 있으나 일단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장 여부가 현재로써는 불투명하다. 대체 외국인 선수 윤곽이 확실하게 나타난 가운데 한국무대 4년차 우완 아킬리노 로페즈(37, SK 와이번스)는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로페즈는 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3실점으로 7-3 경기의 승리투수가 되었다. 선두 SK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25승 1무 19패(5일 현재)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날 로페즈는 최고 146km의 직구에 역회전되는 공이 나쁘지 않은 움직임을 보였으나 제구가 다소 높은 편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SK는 최근 새로운 외국인 투수가 될 토론토-밀워키 출신 데이브 부시와 계약 합의를 맺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오른 어깨 통증으로 정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던 로페즈와 바통터치를 위한 것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로페즈와 SK의 이별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로페즈가 뒤늦게나마 선발로 제 몫을 한 것이다.

일단 로페즈가 SK에 잔류할 가능성을 알아보자. SK 구단 관계자는 "부시와 계약 '합의'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새 외국인 투수로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메디컬테스트는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내부적인 부상을 숨긴 선수를 덥석 잡았다가 시즌을 그르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SK가 부시와의 계약 합의는 했으나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는 이유다.
만약 6일 선발로 나서는 마리오 산티아고가 불의의 부상을 당할 경우도 있으나 이는 '만약'이라는 단서가 달린,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SK는 페이퍼 워크로 부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진상봉 운영팀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선수의 상태를 눈으로 보고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부시가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만큼 로페즈와 SK의 이별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다음은 로페즈가 SK를 떠나 다른 팀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다. 현재 브라이언 배스를 퇴출하고 좌완 션 헨을 영입한 한화 이글스. 한화는 현재 마무리로 나서는 대니 바티스타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27경기에서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로 활약하며 한화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른 바티스타는 2년차가 된 올해 완전히 무너졌다.
올해 바티스타는 20경기 1승 3패 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95를 기록 중. 19⅔이닝 동안 볼넷 21개와 몸에 맞는 볼 4개를 남발하며 스스로 경기를 그르쳤다. 강력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득점권 피안타율 3할8푼5리와 승계주자 실점율 50.0%(6/12)에서 나타나듯 위기에 약했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되지 않은 게 문제. 최근 5경기에서 4번이나 블론세이브 및 패전으로 무너지며 이제 더 이상 마무리 쓰기에는 어렵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여기에 새로 가세하는 헨은 2008년부터 계투로만 출장한 투수다. 계투 특화의 길을 걸었던 투수에게 선발로서 한계 투구수가 채 갖춰지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 '선발로 뛰어라'라는 지시를 무턱대고 내릴 수 없다. 바티스타도 계투진에 특화된 데다 올 시즌 전 계투로 훈련한 만큼 두 명 중 한 명을 선발진으로 돌리기 쉽지 않다. 시즌 전적 18승 1무 29패로 최하위에 처지며 이기는 경기를 가장 적게하고 있는 한화의 현재를 생각하면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모두 계투로 활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엄청난 사치다.
현재 한화는 바티스타의 중도 퇴출도 심각하게 고려 중. 한대화 감독이 바티스타에 대해 "더 이상 마무리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최후 통첩의 이야기와도 같다. 만약 SK가 부시의 정식 선수등록 요청과 함께 로페즈를 웨이버 공시한다면 한화는 웨이버공시 후 열흘 내 로페즈를 선택할 수 있다. 한화도 지난 시즌 후 로페즈 영입을 염두에 뒀으나 SK가 먼저 로페즈를 찜했던 바 있다.
그러나 다음 시즌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뀌는 외국인 선수 제도나 몸이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충분히 제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로페즈임을 감안하면 웨이버공시를 통한 이적도 쉽지 않다. SK가 로페즈의 국내 보유권을 유지한 채 임의탈퇴 등으로 묶어 다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을 봉쇄한다면 로페즈는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
이 경우 선수는 다음 시즌까지 기다리더라도 SK 입장에서는 한결 여유가 있다. 리그에 확실히 검증된 투수의 부상 회복을 기다렸다가 2013년 활용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 외국인 선수 수급이 시급한 팀에서는 국내 선수를 주면서라도 로페즈의 보유권을 사와야 하는 데 한화는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은 팀이라 유망주 한 명이 아까운 입장이다. 로페즈의 한화행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은 이유다.
쓰자니 새로 발탁할 선수가 아깝고 보유권을 포기하며 떠나 보내자니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무대 통산 32승의 검증된 베테랑 로페즈가 과연 2012시즌 다음 경기서도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