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일 만의 선발' 노경은, 자신감 회복 관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06 06: 17

선발승을 기대하고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을 찾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공을 던져보라는 뜻이다. 또한 주자를 출루시켜 실점하더라도 차라리 자책점으로 연결되는 만큼 배우라는 의미다. 370일 만에 선발 등판에 나서는 두산 베어스 우완 계투 노경은(28)의 등판 키워드는 '자신감 회복'이다.
두산은 6일 잠실 SK전 선발로 기존 선발 로테이션에 있던 선수나 퓨처스리그서 선발로 컸던 유망주가 아닌 계투요원 노경은을 내세운다. 노경은은 올 시즌 릴리프로 출장해 24경기 2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6(5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1차 스탯만 보면 무난하지만 피안타율 2할8푼6리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72로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팔꿈치 타박상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임태훈의 순번을 채울 예정인 노경은은 지난 2011년 6월 2일 문학 SK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에 나선다. 당시 노경은은 3이닝 2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5개) 1실점으로 제구난을 보이며 조기 강판한 바 있다.

김경문 현 NC 감독 재임 시절 노경은은 선발 후보로 가끔씩 기회를 얻었으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김진욱 감독 취임 후에는 '미래의 마무리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의 투구 기복이 큰 편이라 코칭스태프의 고민거리가 되고 말았다.
일단 노경은은 6일 선발 등판서 70~80구 정도를 던질 예정이다. 계투로 훈련했던 투수인 만큼 그에게 많은 투구수와 이닝 소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발 맞대결 상대도 10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호투 중인 마리오 산티아고. 선발승 가능성도 크지 않은 데다 타선은 5일 경기서 상대 선발 아킬리노 로페즈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3-7 패배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기는 것이 우선인 시점에서 의외의 카드 노경은이 선발로 나선 것은 무엇일까.
코칭스태프는 노경은이 되도록 많은 공을 던지며 자기 감을 찾고 일시적인 보직 변화에 따른 발상 전환을 통한 돌파구 마련을 바라고 있다.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라 앞으로 노경은의 발전을 위한 일종의 배려다.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가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을 일찌감치 6일 선발로 내세우면서 "경은이 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좋다. 그런데 불펜에서 자기것을 찾지 못하며 심리적인 기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럴 때 무조건 막아야 하는 불펜보다 조금 여유있는 선발로 길게 던지며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자기 공이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코치도 "던지면서 스스로 감을 찾고 올바른 투구 패턴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전략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침 노경은의 등판 기회는 선두 SK와의 경기. SK는 현재 팀 타율 2할5푼2리로 넥센과 함께 공동 최하위지만 팀 홈런 44개로 넥센과 함께 공동 1위다. 공이 몰리면 장타 허용 가능성이 높은 상대 타선인데다 5일 경기 승리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또한 노경은은 최근 들어 승계 주자 출루 시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차라리 여러 경기에 걸쳐 계투로 출장시키는 것보다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더라도 자신이 출루시킨 주자를 누상에 놓고 최대한 실점하지 않는 방안을 스스로 찾기 위한 전략이다. 계투 요원을 선발로 내세우는 실험인 만큼 당장 팬들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두산은 팀 컬러 변화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도 큰 무게를 두고 있는 팀이다. 김진욱 감독도 지난해 말 취임과 함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꺼냈으나 이는 야수진이 타 팀에 비해 승산있다는 전제 하에 나온 이야기였다. 당시 예상과 달리 현재 두산 타선은 장타율 3할5푼4리(7위)에 출루율 최하위인 3할2푼7리로 합산 OPS 6할8푼1리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놓여있다. 중심타선 파괴력이 약화되며 타점 생산력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현실이다.
결국 투수진 벽돌을 좀 더 탄탄하게 쌓으며 시즌 중반 돌입을 준비해야 하는 두산의 현실이다. 타선의 활약도는 워낙 기복이 큰 만큼 현 시점에서 시즌 순항을 위해서는 투수진에서 누군가를 일깨워야 한다. 팀을 위해 아직 더 활약해줘야 하는 선발 김선우의 무릎 상태를 지속적으로 언급한 것은 물론 노경은의 임시 선발 등판을 일찍 예고한 것은 바로 투수진 각성의 메시지를 던진 것과 같다.
노경은은 팀에서 '프록터 이후의 우리 팀 마무리'로 점찍은 투수다. 그만큼 구위와 변화구 구사력에 있어서는 팀 내 투수들 중 굴지의 능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자신감을 갖춘 투수로 만들기 위해 김진욱 감독과 정 코치는 '임시 선발 투입'이라는 벼랑으로 노경은을 몰아넣었다. 결국 선수 본인이 강인한 마인드로 살아나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 전략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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