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투수들에게 평균자책점은 가장 중요한 성적 지표다. 투수들은 1년 내내 평균자책점은 조금이라도 떨어뜨리기 위한 등판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리는 외부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만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절대적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대중적인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용훈(35,롯데 자이언츠)의 5일 대전 한화전 등판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용훈은 5일 경기 전까지 11경기에 등판, 5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하며 '최강의 5선발'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5월에는 롯데 선발진이 동반 침체하는 와중에도 홀로 호투를 이어가기도 했다.
시즌 6승을 노리던 이용훈은 내야수들의 실책에 무려 8실점을 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1회와 2회는 각각 공 10개씩만 던지며 3자범퇴로 처리,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포크볼 조합에 한화 타자들은 좀처럼 공략법을 찾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회가 문제였다. 유격수 문규현의 실책으로 선두타자 이대수가 살아 나갔고, 1사 후 정범모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실책으로 나간 주자였기에 비자책점.

강동우의 중전안타로 이어진 1사 1,3루서 이번엔 박종윤의 실책이 이어져 1-2로 역전을 허용했다. '실책, 패스트볼, 수비 측의 방해 또는 주루방해로 진루한 주자가 득점한 경우, 이와 같은 미스플레이(misplay)가 없었다면 득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기록원이 판단했을 때는 자책점으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규칙 조항에 따라 이후로는 이용훈의 자책점이 더해지지 않는다. 아웃카운트 1개는 이미 잡았고, 야수의 실책 2개가 없었다면 이닝은 끝났어야 했기에 투수에게 일종의 면책권을 준 것이다.
이후 이용훈은 김태균에 적시타, 최진행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한 이닝에 6실점을 했다. 이어 4회에는 황재균의 실책까지 더해져 2실점을 했는데 이 가운데 1점만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결국 8실점 가운데 1점만 이용훈의 책임. 한화 타선에 난타 당했음에도 이용훈의 평균자책점은 3.16에서 3.09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시즌에도 있었다. 개막 2연전에서 KIA를 상대로 카도쿠라 켄(삼성)은 2이닝 8실점으로 혼쭐이 났지만 자책점은 단 1점이었다. 유격수 김상수의 실책으로 카도쿠라는 평균자책점이 폭등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카도쿠라는 KIA전엔 줄곧 부진하며 3경기 평균자책점 23.82를 기록했다. 2이닝 8실점이 1자책점으로 둔갑했지만 결국 평균자책점이 제자리를 찾아 간 것이다.
야수들의 실책이 겹쳤지만 이용훈이 8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전에 한 투수는 "야수들의 실책으로 비자책 상황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먹는 점수는 내 점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무의식중에 쉽게 승부를 할 때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평균자책점이 내려갔지만 이용훈은 한화를 상대로 약점을 노출한 셈이 된다.
롯데 야수들은 2경기 연속 이용훈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LG전에서 이용훈은 5⅔이닝 6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으나 실책 2개 때문에 자책점은 없었다. 5일 경기까지 포함하면 2경기에서 10실점을 했지만 자책점은 단 1점이었던 셈이다. 다음 번 등판에선 롯데 수비수들이 투수조 최고참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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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