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활발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선동렬 감독은 지난 4일 베테랑 포수 김상훈(34)을 2군에 내려보냈다. 재활군이 아니라 2군이었다. 이미 주장 차일목이 재활군에서 2군으로 이동해 실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터줏대감 김상훈도 보내 조정을 하도록 했다. 1군 정회열 배터리 코치까지 함께 보냈다. 조정의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상훈은 2000년 신인부터 주전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주장을 두 번이나 지냈다. 2009년에는 12년만에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 어깨수술 여파로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다. 포수와 타자로서 제몫을 못했다. 조정시간이 필요하지만 1군에서도 가능했다.

선동렬 감독은 5일 삼성전에 앞서 또 다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웃으면서 "아픈 선수를 내려보낸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즉, 선수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의미였다. 이어 "고참 선수라고 해서 항상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몫을 못하면 기용하기 힘들다. 아울러 2군 선수들에게는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동기 부여도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상훈 대신 1군에 올라온 한성구(23)는 야구인생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8회부터 송산 대신 마스크를 썼다. 작년 신고선수로 입단해 올해 정식선수로 승격됐고 드디어 1군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의 파울타구를 놓치는 실수를 했지만 9회까지 안방을 지켰다.
그리고 9회말 타석에 들어서서 정현욱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려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프로 첫 안타이자 첫 타점까지 성공시켰다. 새로운 잠재력과 가능성을 낳은 장면이었다. 선동렬 감독의 기회부여가 한성구에게는 모멘텀으로 작용한 것이다.
선 감독은 개막 직후 팀이 흔들리는 가운데 새로운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있다. 현재 1군에는 신인급 선수들이 6명이나 있다. 투수로는 박지훈, 홍성민, 임기준, 야수로는 윤완주 이준호 한성구가 뛰고 있다. 당장 성적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포석이다. 분명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해야 팀을 젊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빌딩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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