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이군요".
지난 2005년 개막을 앞둔 이승엽(당시 지바 롯데)의 머리는 노란색이었다. 원래 2004시즌을 마치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다. 그리고 시범경기 직전까지 머리색을 유지했다. 3월 23일 바비 밸런타인 감독에게 충격적인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스포츠 전문지 해설위원이던 김성근 전 감독이 달려가 이승엽과 훈련을 함께 했다.
순회코치로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성근 감독은 이승엽의 머리를 보자 크게 나무랐다. 머리의 노란색을 지우라는 충고였다.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야구에만 전념하라는 의미였다. 이승엽은 "그때 감독님께 많이 혼나 아예 머리를 짧게 깎았다. 이후 1년 내내 짧은 머리로 뛰었다"면서 웃었다.

이승엽은 2004년 입단 첫 해 부진했다. 14홈런에 그쳤다. 2005년에도 개막 직전 2군에 내려갈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2군에서 머리를 바싹 밀고 치열한 훈련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1군에 복귀해 30홈런을 때렸고 한신과 일본 시리즈에서도 3홈런을 날리면서 우승의 일등공신 노릇을 해 요미우리 이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승엽은 7년 뒤인 지난 6월 2일 갑자기 까까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앞선 두 경기에서 삼진을 3개씩 먹은 후유증이었다. 그래도 국민타자 소리를 듣는 이승엽의 삭발은 이색적이었다. 이승엽은 5일 광주 KIA전에서 투런홈런과 2루타를 날려 팀 승리를 이끌고 "두 경기에서 6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했다. 내 자신에게 너무 관대한 것 같았다. 옛날(지바 롯데) 생각하면서 머리를 깎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심기일전의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자신에게도 관대하지 않은 이승엽은 후배들에게도 엄격했다. 얼마 전 후배들을 모두 불러모아 야단을 쳤다. 팀이 5할 승률을 밑돌고 하위권에 처져 있자 후배들을 자극한 것이다. 2003시즌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8년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이승엽의 권위는 살아있었다.
권오택 홍보팀장은 "험한 말까지 동원해 후배들에게 야단을 쳤다. 평소 그런 성격이 아니고 항상 모범적인 이승엽이 말하는데 누가 받아들이지 않겠는가"라고 전해주었다. 이승엽의 까까머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자극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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