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패션왕'은 내게 행운의 작품이죠" [인터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2.06.06 09: 13

지난해 영화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스크린에서 맹활약을 펼쳐 신인상 6관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이제훈이 올해는 드라마 '패션왕'의 주연 정재혁으로 안방극장까지 정복했다.
극 중 패션그룹 재벌 2세 정재혁 역할을 맡은 이제훈은 사랑과 일 둘 다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때로는 야망이 넘치고, 때로는 측은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연기해 시청자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제훈은 정재혁의 까칠한 모습보다는 '건축학개론'의 부드러운 승민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는 '패션왕' 촬영은 고된 스케줄로 힘들었지만, 반면 자신을 좀 더 대중에게 알려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4개월간 진행해 온 '패션왕' 촬영을 마친 소감을 듣고 싶다.
▲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 '패션왕' 촬영은 이제훈이란 배우에게 있어서 작품의 의의가 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TV를 통해 연기한다는 자신감이나 걱정했던 부분들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에 더 익숙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패션왕'을 통해 시청자에게 내 모습을 알리고 드라마 호흡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는 않았는가.
▲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건축학개론'과 '점쟁이들'을 함께 찍고 있을 때다. 여러 작품을 함께 하는 거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웃음). 감독님이 많은 배우와 스태프에게 녹록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잠 못 자면서 대본도 외우고 해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재혁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 성공에 대한 야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인물이라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재혁의 집안 배경이나 살아온 모습도 외형적으로는 매력이었지만, 자신의 일과 사랑에 있어서 갈등하는 모습을 연기한다면 재밌을 것이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패션왕'은 시청률 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 처음에 시작했던 시청률과 비슷하게 마무리했다. 시청자들이 더 봐주셨으면 좀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처음에 시청해 주셨던 시청자가 끝까지 지켜봐주셔서 감사했고, 거기에 힘을 얻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패션왕'은 주인공 강영걸(유아인 분)이 총에 맞아 죽는 것으로 결말을 맞이했다. 범인이 정재혁이라는 의견이 많다.
▲ 내가 마지막에 연기한 모습에서는 강영걸을 죽일만한 뉘앙스나 동기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재혁은 일로서는 실패한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가영(신세경 분)을 끝까지 구해서 내 옆에 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을 것이다. 재혁은 가영이가 영걸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 감동을 했었고, 본인의 인생을 보상받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영걸에게 복수하기로 한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영걸의 죽음에 관한 추측을 일으키면서 열린 가능성을 포함한 설정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영화 촬영을 많이 해왔다. 드라마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 나는 영화만 하는 배우도 아니고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무대연기부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일일드라마를 통해서 브라운관에 내가 나오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었다. 나는 브라운관을 통해 나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패션왕'을 통해 이룰 수 있어서 나에게는 행운인 것 같다. 영화든 드라마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외골수가 됐을 것 같다.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크게 연기에 대해서 부담이 있지는 않았지만, 작품에 대한 부담인 것 같다. 시청자에게 더 편하고 익숙한 사람으로 다가가길 바랐는데 그렇게 됐으면 좋은 것 같다.
-정재혁이라는 인물은 돈도 많고 결국 사랑도 차지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불쌍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본인 생각은 어떤가.
▲ 정재혁의 구애를 이가영이 받아주지 않을 때 재혁으로서 가장 상처가 되고 힘든 순간이지 않았을까? 그 순간이 제일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네 명(이제훈 유아인 신세경 유리)의 인물 모두 사랑에 상처받는 순간들이 자신이 가장 이 세상에서 초라하고 못났고 불쌍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유리와 중반까지 연인으로 호흡했다. 유리의 연기는 어땠나.
▲ 유리 자신도 정극연기 첫 도전에 걱정이 많더라. 그 친구가 고민하고 선배, 동료 배우에게 신과 연기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확인하더라. 그게 보기 좋았다. 같이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고민을 하다 보니 그 친구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더라. 연기에 대해 경험이 많고 적던 '배우는 많이 물어보고 그걸 통해 깨우칠 수 있는 순간들이 필요하겠구나'라고 느꼈다. 유리와 함께 한 순간이 소중했고, 그 친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작품에서 일취월장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것 같다.(웃음)
-'패션왕'은 젊은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담기보다는 정통멜로에 가까웠다.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 정재혁이 처음으로 사랑한 인물은 최안나(유리 분)라는 인물이었다. 안나와 재혁은 서로 사랑했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다. 헤어진 이후에도 재혁은 안나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일을 위해 안나가 필요했다. 재혁은 자신에게 불쑥 찾아와서 학교일을 해결해 달라는 가영의 모습에 황당했을 것이다. 재혁은 이런 것을 처음 경험했고, 그런 가영의 모습이 한순간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계속 생각이 났고 어느 순간에는 영걸이라는 인물과 가영이라는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보고 질투하고 뺏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다.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가영이라는 걸 드라마 후반에 깨닫게 됐다.
-술 먹고 가영을 찾아 사랑한다고 오열하는 신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 기본적으로 연기를 할 때 리얼리티가 많이 반영돼서 그것이 현실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재벌 2세라는 아우라나 틀이 분명히 있어야 겠지만, 그 안에 정재혁이라는 인물을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순간에도 사랑에 대한 표현을 멋지게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정재혁이라는 인물이 바닥까지 쳤고,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지위를 망각하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냈다.
-신세경과 유리, 두 사람과 멜로 라인을 펼쳤다. 누구와 호흡이 가장 잘 맞았나.
▲ 내가 재혁을 연기했지만, 갈등이 생기는 상황을 느끼면서 표현했다. 안나와 가영에 대한 인물이 있어서도 갈등이 컸던 것 같다. 선택을 못 하게 되더라.(웃음) 실제로 두 친구도 착하고 매력이 있으니깐 선택이 어렵다. 그러나 드라마처럼 진짜 그런 상황(두 여인과 멜로)에 놓이게 되면 참 좋겠다.(웃음)
-배우는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 이제훈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팬도 많다. 예능이나 쇼 프로그램 출연 계획은 없나.
▲ 쇼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를 많이 해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역을 받고 연기하는 것이 아닌 나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예능 출연을)할 거다.(웃음) 계획을 하고 있다. 팬들이 원하면 충분히 할 의향이 있고,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 저희 모습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드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패션왕'의 주연배우들이 대부분 또래다. 이들과 많이 친해질 기회가 있었나.
▲ 오히려 그런 시간은 많이 없었다. 너무 바쁘게 이동하면서 촬영을 했고, 서로 대면하고 만나는 순간이 아니면 연락하거나 시간을 내서 밥을 먹을 여유도 없었다. 그게 좀 아쉬웠다. 그렇지만 같이 연기한 시간은 편했고, 거리낌이 없어서 자유로웠다. 배우들이 벽이 있거나 그러지 않아서 참 좋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과 작품에 대해 얘기도 하고 잘해보자며 의지를 많이 다진 것 같다.
-재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여운이 남는지.
▲ 여운이 많이 남는다. 촬영장에 다시 나가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촬영 끝났다고 좋아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촬영은 고됐고, 끝나기만을 바라기도 했는데 다시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어떤 수식어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나.
▲ 좋고 긍정적이면 다 좋을 것 같다. 나의 작품을 궁금해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열심히 하고 나태해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좋은 작품을 선택해서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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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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