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들어 있는 합성화학물질의 유해성 논란. 언제부턴가 늘 진행형이지만 ‘신경쓰기엔 너무 귀찮은’ 문제다.
달콤하고 환상적인 화장품 광고에 반해 ‘내 피부도 저렇게 됐으면’이라고 생각하며 새 화장품을 사 효과를 기대한다. 새로 출시된 상큼한 컬러의 립스틱을 발라 보고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하나의 ‘오락’이다. 이 오락에 비하면 화장품 뒷면의 전성분 표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지루한 ‘일’에 불과하다.

그래도 피부가 왠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조금은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3無(무), 5無, 10無 화장품을 사곤 한다. 유해한 물질을 최대한 뺐다는 말을 믿어 보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화장품 브랜드 ‘미애부’의 옥민 대표를 'Beau-tea time(뷰티타임)'에서 인터뷰하기로 한 것은 단순히 그가 만드는 화장품이 궁금해서만은 아니었다.
합성화학물질의 유해성 논란에 대한 전문가의 식견을 듣고, 그 동안 알쏭달쏭했던 문제를 전부 풀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옥 대표와 마주앉았다. 인터뷰는 대표적인 문답을 뽑아 구성했다.

★Q. 99% 천연성분이나 100%나 같은 것 아닌가요? A. 이 업계는 0.05%의 싸움
미애부는 천연화장품이 아니라 ‘무합성 화장품’을 표방한다. 방부제뿐 아니라 계면활성제, 발림성을 좋게 하는 성분까지 합성화학성분은 전혀 넣지 않고 만든다고.
그렇다면 시중의 평범한 화장품은 어떨까. 옥 대표는 “다른 제품에도 생각 외로 그렇게 많은 합성화학물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화장품의 75%는 물입니다. 나머지 성분이 25%이고, 대표적인 유해성분으로 꼽히는 방부제는 겨우 0.05%가 들어갑니다. 천연성분 99.4% 정도 함량의 화장품은 사실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99.5% 이상 천연성분으로 만드는 게 어려운 거죠. 사실 그래서 보통 화장품들도 사람들 생각처럼 반 이상 합성화학물질인 것은 아닙니다. 아주 싸구려만 아니라면요.”
유럽의 친환경 화장품 기준으로 꼽히는 에코서트는 95%의 천연성분, 5%의 합성화학성분을 허용하고 있다. 이 기준이 너무 ‘헐겁다’는 게 옥 대표의 생각이다.
“95%만 천연성분을 써도 되면, 5%도 안되는 합성화학물질을 넣어서 만들면 된다는 얘긴데 그건 아주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준만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우리는 ‘케미컬 프리’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지요.”
미애부에서 최근 발표한 ‘케미컬 프리’ 로고는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는 자사 제품 전체에 들어간다.
옥 대표는 “이런 방침에 동감하는 업체가 있다면 로고와 기준을 공유하고 기술 또한 전파할 생각이 있다”며 “다른 화장품 업체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에코서트 기준을 통과했다’며 화장품이 들어오는데, 우리한테는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는 게 자존심 상했다”고 말했다.
★Q. 3無, 5無, 10無 화장품은 좀 더 믿을 만할까요? A. ‘23만無’까지 가능합니다
옥 대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현재 화장품에 쓰이는 합성화학성분은 23만 가지에 달한다고. 그는 “그런 점을 생각하면 저희가 만드는 화장품은 ‘23만無’ 화장품인가요?”라며 웃었다.
“몇 가지 성분이 없다고 표기하고, 화학성분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키엘’이라는 브랜드가 처음 천연성분 함량을 공개했을 때 참 좋게 봤습니다. 요즘 수입되는 미국의 버츠비, 그리스의 코레스 같은 브랜드도 천연성분 함량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우리만 천연화장품 개발에 애쓸 게 아니라, 이런 노력들이 뭉쳐야 이쪽 분야에 발전이 있겠지요.”
★Q. 궁극의 화장품은 무엇인가요? A. 바로 피지와 땀
옥 대표는 메이크업을 한 사람들에게 골칫거리로 꼽히는 피지와 땀이 ‘궁극의 화장품’이라고 평했다.
“피지가 너무 부족하거나 과다 분비되고, 그 때문에 트러블이 생겨서 문제인 겁니다.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면 정말 최고의 화장품이죠. 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부족하거나 넘치는 걸 보완하려다 보니 화장품이라는 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피지에 가까워지려면 천연화장품이어야죠. 우리 몸이 천연이니까요.”
천연의 흡수성과 발림성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화장품에 발효 공법을 도입하게 된 것은 흡수성 때문이라고. “미생물 중엔 피부 세포보다 10배 이상 작은 것도 있습니다. 이들도 생명체라 먹고 살려고 효소를 만들어내는데,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크기라면 피부도 잘 먹을 수가 있겠죠. 이 개념에서부터 발효화장품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피부에 잘 발리게 하기 위해서는 미역에서 힌트를 얻었다. “미역에는 미끈거리는 천연 다당체가 있는데, 그게 바로 아르긴산입니다. 실리콘 오일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성분이죠. 또 천연 계면활성제로는 콩에 있는 레시틴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은 더 발전된 성분들이 자리를 차지했죠.”
옥 대표는 합성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간 화장품을 계속 쓰는 것은 ‘진공상태에 사람을 넣어두고 먹고 싶은 음식은 전부 다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과연 그 사람이 즐겁게 오래 살까요? 몇 분 안 가서 죽겠죠. 화장품 광고에 나오는 수많은 성분이 제 역할을 하는데도 피부가 늙는 것은 이런 원리입니다.”

★Q. 합성성분 없는 색조 화장품도 가능한가요? A. 가능성은 80% 정도…
미애부 ‘무합성 화장품’ 중에는 선크림과 파운데이션도 있다. 하지만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등의 색조 제품은 없다. ‘천연성분’을 표방하는 색조화장품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과연 ‘무합성 색조화장품’도 가능할까.
옥 대표는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80% 정도”라며 “색조화장품에 필요한 색깔을 변치 않고 유지시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억지로 아무 색이나 만들라면 100% 천연 색조화장품을 만들 수 있겠죠. 그렇지만, 색깔이란 참 미묘합니다. 꽃잎 색이 참 예쁘지만, 그걸 한참 유지할만큼 가공하는 게 쉽지 않겠죠. 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마 험난한 길이 될 겁니다.”

옥 대표는 “’화장품(化粧品)이 아니라 ‘생장품(生粧品)’을 만들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피부 또한 우리의 내장과 마찬가지로 몸에서 가장 큰 장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치약 같은 것들도 입에 들어가니까 의약부외품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반면,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그저 화학적 기술로 만든 공산품 같은 느낌이에요. ‘화장품’이 생명에 대한 탐구를 기초로 한 ‘생장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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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