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던질 수 있는 코스가 보인다."
더 이상 이적생의 그림자는 없다. SK 좌완 허준혁(22)이 잃었던 밸런스와 함께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달 3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허준혁의 표정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엔트리 말소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허준혁은 "한 번 더 던지고 싶었지만 할 수 없다"면서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 시즌 첫 등판이기도 했으나 허준혁에게는 프로 첫 선발 데뷔전이라는 의미가 더 컸다. 2회까지 무실점했지만 3회 연속 볼넷이 빌미가 돼 2실점하고 말았다. 결국 2⅔이닝 2실점, 팀이 4-2로 이겼지만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2군서 던지고 사흘 휴식 후 던져서 그런지 팔이 잘 넘어오지 않았다"는 허준혁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어보였다.
허준혁은 지난 시즌 후 롯데와 FA 계약을 맺은 이승호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SK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생이지만 밝은 팀 분위기 덕분에 빠르게 SK맨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1군의 문턱은 쉽지 않았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줄곧 2군에서 뛰어야 했다. 스스로도 롯데 시절 마무리 캠프 때부터 집중했던 하체를 이용한 밸런스 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만족스러웠다.
허준혁은 "이제 밸런스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면서 "전에는 제대로 볼을 던지지 못했는데 1년만에 밸런스를 제대로 찾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전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답답했지만 지금은 편해졌다"는 허준혁은 "내가 던질 수 있는 코스가 보인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 "2군으로 내려가는 것을 나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서 "조인성 선배님께서도 '기회는 다시 올테니 내려가서 실망하지 말고 잘던지라'고 격려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스피드에 대한 욕심 대신 좀더 구종을 예리하게 갈고 닦았다는 허준혁이다. 최근에는 커브에 관심이 높은 허준혁이다. 조만간 기회를 잡을 허준혁이 어떤 모습으로 1군 마운드에 설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