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타율보다는 타점이다."
SK 4번 타자 이호준(36)은 요즘 진지하다. 스스로 "절실하다"고 밝힐 정도로 절박함 속에서 하루하루 야구에 심취하고 있다.
이호준은 올 시즌 3할 언저리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6일 현재 2할7푼5리로 타율이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36타점을 기록 중인 최정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24타점을 올리고 있다.

특히 4번 타자로 올 시즌 이호준은 제대로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호준이 올 시즌 거친 타순은 4번을 비롯해 6~8번이었다. 그러나 4번 타자로 142경기에 출장하면서 7홈런 23타점 2할9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명타자라는 점에서 경기 후반 대주자로 교체될 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훌륭한 성적표다.
그렇지만 이호준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 "타율은 내려가도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타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외치고 있다. 홈런이 타점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호준이 "최소 20홈런은 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호준의 지난 겨울은 혹독했다. 연봉은 5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단체 활동에서 모범이 돼야 할 베테랑이 팀에서 이탈했다는 이유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호준은 "그렇지만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죽자사자 해본 다음에야 납득을 할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서 지난 겨울부터 시작한 것이 런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사실 전에는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호준은 "이제는 하루라도 이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피곤해도 둘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고 설명했다.
주위에서는 이호준의 변화를 런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때문도 있지만 '정신적인 자세' 즉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의식을 스스로 느끼면서 '마지막'이라는 부분에서 와닿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호준은 1루수 자리를 잃었다. 주장 박정권이 중용되고 있다. 임훈, 정상호, 권영진, 박진만 등이 1루수를 볼 때도 이호준은 1루 자리에 서지 못했다. 글러브만 동료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이제 지명타자 자리만 남은 셈이다. 잘쳐야 살아남는다. 이호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호준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은 이날도 팀의 유일한 적시타를 날려 절실한 4번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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