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중요하다. 투수에게 첫 승리, 그것도 선발 승리를 거뒀다면 상대 팀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롯데 자이언츠 4년차 우완 진명호(23)에겐 한화 이글스가 그런 존재다. 효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입단 후 첫 해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2011년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앞세워 1군 무대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3차례 선발로 나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뒤 2011년엔 주로 불펜으로 활동하다 10월 6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 선발로 낙점됐다.
그날 진명호는 5이닝동안 3피안타 4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승리를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제구력에 약점을 드러냈지만 빠른 공과 슬라이더 조합은 한화 타자들에겐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이후 올 시즌 5선발 경쟁을 벌이다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8경기 1승 평균자책점 1.80으로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에선 쉐인 유먼을 대신해 임시 선발로 등판, 5⅔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이후로도 쭉 호투를 이어오던 진명호는 결국 부진하던 고원준이 2군에 내려가며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을 대신해 진명호를 5선발로 활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리고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7일 대전 한화전 선발로 예정된 것.
원래 라이언 사도스키가 나설 차례지만 지난 번 등판에서 왼쪽 엉덩이 통증을 느낀 이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아 진명호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시기는 좋지 않다. 롯데는 앞선 3경기에서 타선 부진과 연달아 터진 실책으로 인해 3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하위 한화와의 원정 3연전 가운데 이미 2경기에서 패해 루징시리즈가 확정된 상황.
롯데가 더욱 타격이 큰 것은 김혁민-송창식 등 상대 4,5선발을 상대로 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7일 경기 선발은 에이스 류현진. 진명호는 팀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책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류현진을 맞상대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
데뷔 첫 승리를 거뒀던 지난해 한화와의 최종전에서 진명호는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한화 선발이었던 안승민이 4이닝만 채우고 내려갔고, 이어 등판한 마일영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아 결국 5회 류현진이 등판했었다. 진명호가 5회까지 마쳤으니 단 1이닝 이지만 맞상대를 한 셈이다.
많은 부담과 시선을 업은 채 마운드에 오를 진명호. 중요한 것은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느냐다. 지난번 선발 등판이었던 27일 잠실 두산전도 김선우와 맞대결을 펼쳤지만 씩씩하게 잘 던졌다. 진명호가 한화전 달콤했던 기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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