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올해에도 활약은 계속된다.
LG의 외국인 선발 듀오 벤자민 주키치(30)·레다메스 리즈(29)가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LG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영입 사례로 꼽히는 두 선수는 작년 LG구단 최초로 외국인 선발 듀오가 총합 350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20승 이상을 합작하며 LG 선발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었다. 주키치가 리그 최다이닝인 187⅔이닝에 10승 8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로 꼽혔고 리즈도 164⅔이닝 11승 13패 평균자책점 3.88, 퀄리티스타트 16회로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활약은 주키치 쪽으로 심하게 기울었다. 주키치가 팀의 확실한 1선발 에이스로 존재감을 빛낸 반면, 리즈는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를 밟을 때마다 제구력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초유의 16연속 볼·4연속 볼넷까지 저지를 정도로 마무리 투수가 갖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는데 실패했다.
결국 리즈는 지난 5월 13일 잠실 삼성전부터 선발투수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5번의 선발등판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다. 구원등판시 5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9개에 달했던 볼넷이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을 때에는 29⅓이닝에 9개로 제구력에 있어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리즈 스스로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감이다”며 선발등판과 구원등판,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차이가 자신에게 높은 벽으로 나가왔음을 인정하면서 이제는 상대 타자의 몸쪽으로도 마음껏 직구를 구사하는 중이다.
한편 주키치는 평균자책점(2.17), 다승(7승), 투구이닝(74⅔이닝), 퀄리티스타트 횟수(10회) 등 선발투수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독식,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으로 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주키치는 좌타자 상대로 3할이 넘었던 피안타율을 올 시즌 2할2푼2리까지 떨어뜨리며 좌·우타자 모두에게 막강함을 뽐내는 중이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좌타자 상대 몸쪽공 구사 능력을 향상시켰고 주무기 컷패스트볼 외에도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의 제구력에 신경 쓴 게 큰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통상적으로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첫 해의 맹활약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만큼,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투수에 대한 비관론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키치와 리즈 모두 한국 무대에 대한 존경심과 경쟁심을 발휘, 자기 발전에 꾸준히 매진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주키치와 리즈 모두 상대팀 타자들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며 팀원들과 허울 없이 지내면서 외국인 선수의 벽을 스스로 깨뜨리고 있다. 특히 팀 내에서 리즈의 모습은 영락없는 중견급 위치의 한국인 투수로 대부분의 투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 중이다.
겉모습과 성격 모두 상반되지만 이들은 올 시즌 LG의 가장 확실한 승리카드다. 시즌 초 우려했던 선발진 붕괴, 마운드 붕괴를 겪지 않았던 것도 주키치가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 시즌 이미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 가운데 주키치와 리즈의 활약은 더 밝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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