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때문인가.
한화-롯데의 시즌 7차전이 벌어진 지난 6일 대전구장. 한화가 3-2로 리드하던 7회 2사 1루에서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이 타석에 등장했다. 그러자 롯데 벤치도 사이드암 김성배(31)로 투수를 바꿨다. 마운드에 올라온 김성배는 그러나 초구 135km 직구를 김태균의 허리에 직격으로 맞혔다. 김태균은 맞는 순간 '악' 소리와 함께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뒤틀며 통증을 호소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허리를 맞은 김태균이 1루로 걸어나가며 투수 김성배를 쳐다봤고 이 과정에서 두 선수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김태균이 1루 대신 마운드 쪽으로 향하려하자 양 팀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왔다. 벤치 클리어링. 다행히 양 팀 선수들의 빠른 제지로 2분만에 경기가 속개됐지만 평소 온순하기로 유명한 김태균이라 의외였다.

확실한 건 '빈볼'은 아니었다. 현장에서도 "빈볼은 아니다. 던질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다. 1점차 승부 2사 1루는 빈볼을 던질 상황이 아니다. 다만 긴급 투입된 김성배의 초구 직구가 컨트롤이 되지 않아 김태균의 허리를 가격한 것이다. 그런데 왜 김태균은 평소 그답지 않게 화를 냈을까. 사소한 '오해' 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태균은 허리에 공을 맞은 뒤 1루로 걸어나가며 김성배를 응시했다. 사과를 받으려는 듯했지만 김성배가 아무런 대응이 없었고, 이에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삼성-한화전에서 4회 김태균을 맞힌 그의 1년 선배 배영수는 1루에 걸어가기 전 두세 번이나 불러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또 하나 김태균은 김성배보다 후배다. 김태균은 1982년 5월생이고 김성배는 1981년 1월생이다. 2년 선후배인데 둘 사이에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다. 김태균은 2001년 천안북일고 졸업과 함께 고졸 신인으로 한화에 입단했고, 배명고-건국대를 거친 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김성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올해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일본에서 2년을 지낸 김태균이 비교적 동안의 김성배를 후배로 착각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는 "한국 야구판은 좁다. 아무리 팀이 달라도 선후배 사이를 모를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했다. 최근 김태균은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에 시달리고 있다. 몸에 맞는 볼은 이날까지 3개밖에 되지 않지만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위협구가 많다. 김태균이 깜짝 놀라 가까스로 허리를 제끼며 공을 피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다소 예민해진 상황에서 허리를 정통으로 맞았으니 순간적으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공식적인 이유도 바로 허리 통증이었다. 그런 허리를 맞았는데 상대 투수의 사과가 없으니 제 아무리 순한 성격의 김태균이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큰 불상사 없이 넘어갔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야구판에서 기싸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상대의 견제를 받는 4번타자에게는 숙명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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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