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적게 삼진을 당하는 타선. 그러나 파급효과도 최하위다. 삼진을 가장 적게 당한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삼진만 당하지 않겠다'라고 나쁜 공에 섣불리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 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가장 적은 삼진을 당하면서도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산한 OPS 최하위로 처진 두산 베어스 타선의 현실이다.
두산은 지난 6일 잠실 SK전서 연장 10회말 김동주의 끝내기타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24승 1무 22패(6일 현재)를 기록하며 롯데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이기기는 했으나 경기 내용이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정규이닝 동안 두산은 8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얻었으나 득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연장 10회말 연속 안타 3개로 이기기는 했으나 확실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임시 선발로 나선 노경은이 6⅔이닝 3피안타(탈삼진 10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했기 망정이지 자칫 패할 수도 있던 순간이다.

47경기 동안 팀 타율 3위(2할6푼5리)를 기록 중인 두산은 214개의 삼진으로 8개 구단 타선 중 가장 적게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출루율 7위(3할2푼8리)에 장타율 7위(3할5푼2리)로 합산 OPS 6할8푼으로 8개 팀 중 최하위다. 삼진은 적은데 OPS가 가장 낮고 병살타는 46개로 한화와 함께 가장 많다.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에게 "웬만해서는 손쉽게 삼진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점을 주문한다. 그만큼 컨택 능력을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제대로 된 노림수 타격을 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테이블세터는 경기 시작과 함께 성급한 초구나 2구 째 공략보다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며 후속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이나 상대 투수의 성향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것이 김 감독의 뜻이다.
그러나 타격 성적에서 나오는 것은 두산 타자들이 '삼진만 당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나쁜 볼에 배트를 휘두르고 있지 않은 지 의심할 만한 성적이다. 손쉽게 삼진을 당하지 말라는 주문에 불리한 볼카운트 시 성급하게 투구를 때려내는 조급한 타격이 되고 있지 않은 지 봐야 한다. 6일 경기서도 두산 타선은 성급한 공략으로 상대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가 6이닝 동안 단 81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5일 고별전을 가진 아킬리노 로페즈도 6이닝 동안 단 84개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5번 타자로 출장 기회를 얻고 있는 이성열(28)이 어떻게 투수를 상대했는지 지켜볼 만 하다. 2회말 김동주의 중전 안타 출루 후 이성열은 의도적으로 번트 자세를 취했다. 번트 자세를 취하면 투수의 패턴은 대개 두 가지다. 존에서 빠지는 유인구로 방망이를 피하거나 번트를 그냥 내주자는 마음으로 직구를 던지는 것이다.
이성열이 번트 자세를 자의적으로 취한 것은 후자를 유도한 것이다. 자신이 직구 타이밍에서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음을 아는 만큼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버스터 타격으로 공략하고자 했던 것. 그러나 마리오-조인성 배터리는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이성열의 번트 자세에 세 개의 빠지는 공을 던져 풀카운트를 만든 뒤 직구 타이밍에서 김동주를 견제,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 이성열을 낮은 유인구로 헛스윙 삼진처리했다. 마리오-조인성 배터리의 꾀를 알 수 있던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공을 치려는 노력을 보여준 이성열의 타격도 예의주시할 만 했다.
김 감독이 타자들에게 바라는 '두산 다운 야구'는 '삼진만 당하지 말자'라는 식으로 휘두르는 땅볼 양산 타격이 아니다. 상대의 선택지를 줄일 수 있는 타석에서의 창의력과 열성적인 면, 구질과 코스를 미리 생각해 노리고 들어가는 타자의 준비성을 바라는 것이다. OPS 최하위로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두산 타자들이 '과연 나는 어떻게 쳐야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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