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는 수비에서도 놀라울 만큼 발전했다. 명실상부한 공수겸장이다.
한회 거포 외야수 최진행(27)은 지난 6일 대전 롯데전에서 두 번이나 경기장을 열광과 탄식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4경기 연속 홈런이 될 뻔한 대형 파울 타구와 환상의 '에어캐치'로 대전구장을 들썩이게 만든 것이다.
7회말 2사 1·2루에서 최진행은 롯데 투수 김성배의 3구째 공을 받아쳤다. 맞는 순간 큰 타구임을 직감케 했으나 아깝게 좌측 폴대를 살짝 빗나가며 파울이 되고 말았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4경기 연속 스리런 홈런 되는가 싶었지만 정말 아깝게 폴대 옆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최진행이 아쉬움의 탄식을 열광으로 바꿔놓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2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8회초. 롯데 선두타자 강민호가 한화 마일영의 3구째 공을 정확하게 잡아당겼다. 타구는 좌측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홈런성 타구.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좌익수 최진행이 펜스에 바짝 붙어 점프캐치로 잡아낸 것이다. 오른손으로 펜스를 짚고 펄쩍 뛰어올라 펜스 최상단을 향하는 타구를 점프캐치한 것이다. 높게 뜨고, 빠르게 날아간 타구. 최진행은 끝까지 타구를 쫓았고, 침착하게 펜스를 이용해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해 걷어냈다. 최소 2루타가 될 장타로 1점차에서 무사 2루라는 힘겨운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진행이 환상의 '에어 캐치'로 뜬공 처리한 덕분에 한화는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올해 최진행은 유독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구 판단이 빨라졌고, 펜스 플레이도 군더더기가 없어졌다. 종종 공을 향해 몸을 날려 캐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수비에서 적극적이다. 그런 가운데 정점을 찍은 '에어캐치'는 그간 최진행이 기울인 의지와 노력이 낳은 산물이었다.
최진행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비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지명타자로도 42경기에 나온 그는 "이제 (김)태균이형이 왔고, (장)성호형이 있기 때문에 내가 무조건 수비에 나서 잘 해야 한다. 체중을 뺀 것도 그 때문이다. 더 이상 수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후 약 5kg을 감량하며 몸을 가볍게 만든 최진행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만호 코치와 함께 타구 포착, 펜스 플레이, 뒤로 넘어가는 타구에 대한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담금질했다. 체력 소모가 컸지만 그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만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캠프 당시 최만호 코치는 "진행이가 스스로 수비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작년보다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고,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비는 하면 늘게 되어있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고, 시즌에서 실력으로 증명되고 있다.

최진행은 "캠프 때부터 수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더 이상 펜스를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 훈련을 많이 하고 준비한 만큼 수비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고 자신했다.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에어' 본능을 드러내고 있는 최진행. 결연한 의지와 끝없는 노력이 그를 공수겸비 완전체로 업그레이드시켜 놓았다.
waw@osen.co.kr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