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일년에 열두남자’,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김진우의 모습은 호감보다는 비호감에 가까웠다. 그는 다시 만난 첫사랑의 가슴에 비수를 제대로 꽂는 원빈(‘일년에 열두남자’)에 이어 여자가 끊이지 않는 스캔들메이커 한동민(‘인현왕후의 남자’)으로 열연을 펼쳤다.
김진우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배우 송창의, 오만석과 연예인 야구단 이기스의 멤버로 활동 중인 그는 킥복싱, 합기도, 골프, 볼링, 헬스까지 섭렵한 건강한 심신의 소유자다. 여자들에 둘러 싸여 살았던 드라마에서와 달리 혼자 사는 외로움에 애견 세 마리와 복작거리는 일상을 보내는 건어물남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제 가장 큰 꿈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건데 아이는 최소한 5명 이상 낳고 싶거든요. 그래서 현명하고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 어떤 사람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배우들 중에서는 전인화, 심은하, 송윤아 선배님을 좋아해요. 함께 연기한 유인나 씨도 좋아요. 귀엽고 깜찍하잖아요.”

‘인현왕후의 남자’는 김병수 감독의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작이자 송재정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한 타임슬립 판타지였다. 열정 넘치는 작가와 감독의 호흡에 힘입어 초반 부진했던 ‘인현왕후의 남자’의 시청률 곡선은 9회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남’ 폐인을 양산할 만큼 인기를 누린 ‘인현왕후의 남자’는 김진우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제가 원래 송재정 작가님과 김병수 감독님의 팬이었어요.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한 작업인 만큼 매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 현장 분위기도 무척 화기애애했어요. 유인나 씨는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고 성격이 참 착하더라고요. 지현우 씨도 나이가 저보다 조금 어리지만 성숙하다고 할까. 연기생활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성숙했어요.”

김진우는 올해로 30세다.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건 2010년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었다. 데뷔가 늦었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엄연히 따지고 보면 연극 무대부터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온 실력파다.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으로 처음 관객과 호흡할 때의 짜릿함을 느낀 후 뮤지컬로 넘어가 ‘댄서의 순정’, ‘풋루스’, ‘그리스’, ‘캣츠’, ‘올슉업’ 등 굵직한 대작의 주연으로 팬들과 만났다.
“조바심도 있었죠.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이니까요. 또 연기 분야 전공자도 아니고요. 그래서 남들보다 무조건 두 시간 먼저 연습실에 가고 두 시간 늦게 나오는 등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어요. 이제는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요. 차근차근 잘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때 가수를 꿈꾸던 14살 소년은 군대를 다녀와서 연기라는 새로운 꿈을 만났다. 노래와 연기가 하고 싶어서 뮤지컬 무대를 넘어다보던 청년은 연극이라는 플랜B에 부딪혀 보기로 했다. 연극을 하면서 진짜 연기가 무엇인지 배워나갔고 뮤지컬을 통해 음악과 배우가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에 희열을 느꼈다. 이후 미니시리즈의 주연급 연기자로 발탁되면서 어린 시절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연기는 어렸을 때부터 놓칠 수 없었던 부분이고 음악은 제가 살아가는데 에너지원이 돼 줘요.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두 장을 냈고 드라마 ‘로드 넘버원’, ‘웃어요 엄마’ OST를 불렀거든요. 보여지는 수치들보다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가고 싶어요. 닮고 싶은 배우요? 최민식 선배님이 가진, 독보적인 그만의 캐릭터가 좋아요. 그런 스타일의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파이란’을 보면 난간 쪽에서 담배 태우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줬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동시에 배우로서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는 김진우는 봉사활동을 하며 받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한다. 그는 지난해 개최한 사랑나눔콘서트의 규모와 수준을 향상시켜 두 번째 공연을 무대에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우로 살면서 5년 정도 참사랑이라는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돈이 없지만 대신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또 주변에 음악이라든지 도움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나눔콘서트를 열려고 해요. 이번에는 제가 기획안도 짜고 작곡가를 섭외해서 테마송을 제작했어요. 잠도 못자고 쉬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강행하고 있는 건 스스로 즐겁기 때문이에요. 제 뜻에 동참해주신다면 7월 7일, 홍대 브이홀로 와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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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