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마무리가 아냐".
한화는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32)가 연일 불안한 투구내용을 보이자 중간으로 내렸다. 그 대신 안승민(21)이 새로운 뒷문지기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롯데전에서 3-2로 리드하던 8회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무실점 역투로 1점차 리드를 지킨 터프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달 27일 목동 넥센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세이브.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은 마무리가 아니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7일 대전 롯데전을 앞둔 한 감독은 "어제 안승민의 표정을 보니 조금 굳어있더라.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에도 '야, 너는 아직 마무리가 아냐. 그런 생각하지 말고 네 볼을 던져라. 맞아도 편하게 자신있게 던져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당분간은 안승민에게 마무리를 맡겨야 한다"면서도 "마무리로 자꾸 이야기하면 부담이 생긴다.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얼마나 부담이 되겠나. 이제 고졸 3년차 어린애인데 너무 부담주면 안 된다. 마무리라는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전에도 안승민을 따로 불러 같은 내용으로 당부했다.
안승민도 한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도 마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티스타가 마무리로 돌아올 때까지 잠깐 맡는 것이다. 마무리가 아니라 마지막에 나가는 투수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지고 있다. 적어도 10세이브 이상은 거둬야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라는 부담보다는 편안하게 내 공을 던지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데뷔 후 4월까지 거의 선발로만 활약한 안승민은 중간·마무리 전환 후 불펜투수의 애로도 느끼고 있다. 그는 "불펜 투수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작년에 오넬리 페레즈가 막지 못할 때에는 '왜 10경기 중 7~8경기를 막지 못할까'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그 마음을 알겠다.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1구 1구 집중하게 된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안승민은 '편안함'을 강조했다. 그는 "4월에 1승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폭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찬호 선배님 승리를 날린 이후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이제는 부담없이 편하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4월 한 달간 5경기 4패 평균자책점 11.93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인 안승민이지만, 5월 이후에는 16경기에서는 1승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65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극적인 반전이다.
마무리라는 새로운 보직에도 안승민은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스물 한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노련함과 배짱이 안승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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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